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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한국 첫 여자 선장 탄생…구슬 싱가포르 화학제품운반선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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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운업계 사상 최초로 상선 분야에서 여자 선장이 탄생했다. 한국해양대가 1991년부터 여성 입학을 허용한지 26년 만의 일이다.

조선비즈

BTS탱커스 선박 /BTS탱커스 홈페이지



22일 한국해기사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사 BTS탱커스(Tankers)에 근무하는 구슬(31)씨가 지난 8월 견습선장으로서 화학제품운반선을 타고 있다. 견습선장은 정식선장이 되기 위한 예비 절차다. 선장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격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선장으로 인정받는다. 견습선장 기간은 1~2개월 수준이다.

1986년생인 구 선장은 한국해양대를 60기로 졸업했다. STX팬오션에서 3등 항해사부터 1등 항해사까지 거쳤다. 이후 일본 회사에 1년간 근무하다가 2015년 12월 BTS탱커스로 자리를 옮겼다.

구 선장은 그동안 자동차운반선, 일반화물선부터 화학제품운반선까지 다양한 선종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화학제품운반선은 화물 종류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할 뿐 아니라 출입항을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어 남자들도 기피하는 선종으로 꼽힌다. 구 선장은 2009년부터 화학제품운반선을 타왔다.

구 선장은 보수적인 해운업계에서 여자라는 한계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나이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장이 되려면 해양대 등 교육기관을 거친 뒤 3등 항해사로 배를 타야 한다. 이후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를 거쳐야 선장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해운업계에서는 1등 항해사가 되는데 10년 가량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30대 초반에 1등 항해사가 되고, 30대 중후반에 선장이 된다. 선장이 되지 못하고 경력을 마무리하는 해기사들도 많다.

한국은 여성과 만15세 미만 남성을 선원으로 고용하지 못하도록 구(舊)선원법에서 정하고 있었다. 1984년 선원법 개정으로 여자도 선원이 될 수 있게 됐고, 1991년 해양대가 여성 입학을 허용하면서 여자 해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구 선장의 여동생도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싱가포르 엔진제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은 “다른 선박도 아니고 업무가 어렵고 힘든 것으로 유명한 화학제품운반선에서 선장이 됐기 때문에 여자 해기사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깬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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