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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죽음은 가장 치열한 형태의 '삶'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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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 문학동네


파이낸셜뉴스

"죽는 것은 일이었고 아버지는 일꾼이었다. 죽는 것은 무시무시했고 아버지는 죽고 있었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는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84)의 자전적 에세이다. 뇌졸중에 걸린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보며 죽음이라는 장엄하고도 격정적인 전투를 그는 이렇게 기록했다. 미국 언론으로부터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가'라는 평을 듣는 거장의 에세이는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로 가득하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휴먼 스테인' 등 많은 소설이 국내에 번역됐지만, 에세이가 국내에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죽음이란 한 세계가 끝나는 것임과 동시에 가장 장엄하고도 위대한 전투이며 가장 치열한 형태의 '삶'임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그에게 물을 것이다. '인간은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거요?' 물론 아버지는 그렇게 물어 마땅할 것이다.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는 글처럼 피할 수 없는 순간은 멈추지 않고 다가온다.

그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아버지는 그냥 여느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미워할 모든 것을 갖추고 사랑할 모든 것을 갖춘 바로 그런 아버지였다"고 술회했듯이 말이다.

"'정확하게 기억해야 해.'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없을 때도 나를 창조한 아버지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해.' 절대 어떤 것도 잊어서는 안돼."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본 이라면 깊은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유난스럽지 않게 전하는 그의 내밀한 감정은 마음을 울린다. 그것은 바로 잘 쓰인 에세이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감동이 아닐까.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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