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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콧대높은 수입화장품 지하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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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메이크업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1층에는 고가의 명품과 화장품, 백화점 지하 1층에는 식품관. 국내 백화점의 층별 안내도는 어디나 비슷하다. 구두와 핸드백, 의류 층이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화장품은 대부분 '로열층'인 1층에 입점해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24일부터 이 지도가 바뀐다. 신세계백화점은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이 24일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새 매장을 낸다고 22일 밝혔다. 다음달 15일엔 '샤넬', 1월 중순엔 '아르마니'가 화장품 매장을 지하 1층에 연다.

수입 화장품 매장은 백화점 1층의 터줏대감이다. 백화점 1층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수입 명품과 화장품 매장이 1층에 몰려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화장품 매장은 '로열층'에 입점해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2015년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0.8% 신장해 제자리걸음을 했고, 지난해에도 7.2% 신장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고가 제품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면서 매출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파미에스트리트에 입점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시코르는 젊은 고객을 겨냥해 럭셔리 브랜드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200여 개 국내외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편집숍이다. 시코르에서는 직접 화장품을 써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품을 편하게 써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발길을 끊었던 20·30대 젊은 층이 백화점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화장품 매출 비중이 지난해 20대 7.1%, 30대 26.9%였지만 시코르 오픈 이후 20·30대가 화장품을 구매하면서 비중이 각각 11.8%, 31.4%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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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고객들이 시코르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해보는 사진, 직접 신제품을 들고 찍은 셀카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지하철 3·7·9호선을 이용하는 100만명 가까운 환승 고객도 일부 파미에스트리트로 유입됐다.

'새 손님'에 목말랐던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 젊은 고객에 주목했다. 맥, 아르마니 등은 백화점 1층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추가 매장을 내기로 결정했다. 이 브랜드들이 다른 층에 추가 매장을 내는 것은 업계에서 없었던 시도다.

콧대 높던 화장품 매장들은 시코르의 성공 비결도 벤치마킹했다. 샤넬은 지하 1층 매장에 시코르의 '메이크업 셀프 바'를 만든다. 직원이 제품을 추천하는 대신 고객이 자유롭게 제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샤넬이 본 매장 오픈 전 팝업스토어를 열어 운영해본 결과 20·30대 고객이 많이 찾았다. 신규 고객 비중도 높았다. 기존에 써본 적이 없는 고객도 직원 부담 없이 스스로 테스트하게 하자 제품을 구매했다.

맥은 시코르의 '셀피존'을 들여왔다. 셀피존은 직접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 오픈하는 지하 화장품 매장에서는 젊은 층을 위한 이벤트를 열고 한정판 제품도 판매한다. 맥은 매장 오픈 전날인 23일 SNS, 유튜브 등에서 팬층이 두꺼운 파워블로거 등을 초청해 프리오픈 이벤트를 연다. 샤넬은 파미에스트리트 한정판, 맥은 홀리데이 컬렉션을 판매하기로 했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시코르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간 온라인과 로드숍에 밀렸던 백화점 화장품 장르 매출이 늘었다"며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새로운 코스메틱 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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