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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계절과 어울리는 홍차 이야기…홍차 BLACK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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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홍차를 쓰고 그 옆에 블랙티를 영어로 썼다. 같은 말이다. 홍차를 홍차라고 부르는 동양인들은 우려낸 차의 색깔이 붉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블랙티라고 부르는 이유는 홍차의 찻잎이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홍차 브랜드가 유럽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들은 재료를 만져보았고, 우리는 제품을 마셔본 게 전부일 수도 있다. 아무튼, 홍차라 부르든 블랙티라 부르든 모두 맞는 말이다. 나는 블랙티를 마실 테니 넌 홍차를 마시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계절, 어여쁜 때깔의 홍차 이야기를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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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 문화 낳게 한 홍차의 카페인

홍차를 한자로 쓰면 ‘紅茶’, 영어로 쓰면 ‘Black Tea’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차가 있는데, 홍차는 그 가운데 녹차나 백차, 그리고 우롱차 등 일반적인 차에 비해 산도가 높은 차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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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Camellia Sinensis’라고 표현한다. 산도가 높다는 것은 카페인 농도가 짙다는 말이고 그것은 향기도 강하다는 뜻이다. 카페인은 나쁜 성분이 아니다. 단, 무엇이든 과해서 좋을 것은 없다. 홍차의 진한 카페인은 사람의 피로도를 낮춰주기에 적당한 선이다. 몸에 좋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챙기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애프터눈 티’ 문화가 있다. 홍콩만 가도 어지간한 호텔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주요 메뉴로 팔고 있다. 애프터눈 티의 결정적 개념은 ‘피로 회복’이다. 애프터눈 티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있다. 귀족 유래설이 그중 정설로 통하고 있다. 오후 3시 무렵이면 귀족이든 누구든 몸이 노곤해진다. 이때 귀족 부인들이 홍차와 쿠키 등 간식거리를 가져오도록 했는데, 홍차의 카페인과 쿠키의 당분이 늘어져가는 몸을 깨워준다는 것을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애프터눈 티 문화를 낳게 했다는 것이다.

격식과 내용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애프터눈 티는 노동자들의 간식 시간에 이용되기도 했다. 애프터눈 티의 효과를 알고 있는 맘씨 착한 귀족들은 자신의 집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매일 같은 메뉴의 ‘참’을 선사했고, 그런 전통이 왕조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홍차의 카페인이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오늘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3대 홍차 재배국 스리랑카·인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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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특히 스리랑카, 중국, 인도산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산 홍차는 ‘실론티’라는 고유명사를 갖고 있다.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실론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와라엘리야, 우바, 캔디, 담불라 등의 브랜드를 기억할 것이다. 모두 실론티 생산 지역에서 따온 이름들이다. 또는 생산지가 어디든 차밭의 ‘고도’에 따라 이름의 부제가 달라지기도 하다. 1200m 이상에서 재배된 차는 ‘하이그론’으로 불리고 600~1200m는 ‘미드그론’, 600m 이하는 ‘로그론’이라 부른다. 홍차에서 향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하이그론이 적절하다.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차나무가 천천히 자라고 잎의 성장도 느리지만, 대신 성분이 차곡차곡 쌓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향기도 진하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드그론이나 로그론의 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특유의 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하이그론에 비해 산뜻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20~30대들이 미드그론 향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가볍고 편안함 때문이다. 또한 로그론 지역의 티는 재배 방법, 편의성 때문에 실론티 재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중적인 차라는 뜻이다.

국가는 다르지만 인도의 홍차 또한 스리랑카와 비슷한 기후와 고도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인도 홍차 역시 다즐링, 아쌈, 닐기리 등 재배 지역의 이름을 가져온 게 대부분이고, 앞에 열거한 세 곳의 브랜드가 인도 홍차를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 이중 아쌈 홍차는 재배와 수확 시기에 따라 맛의 특징이 달라 디테일한 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3~4월에 수확한 차는 달콤함이 특징이고, 5~6월 수확분은 단맛이 더 강해진다. 이는 햇살과 관련 있어 보인다. 또한 10월에 수확하는 홍차는 맛의 깊이가 깊다. 다즐링은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차다. 나머지 두 종류는 스리랑카의 ‘우바’과 중국의 ‘기문’이다. 다즐링은 고도 2300m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데, 은은한 포도향이 특징이다. 샴페인의 기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리지널 다즐링도 있지만 고산지대인 만큼 생산량이 적은 편이라 다른 홍찻잎과 섞여서 상품화 되는 경우도 많다. 아쌈이나 다즐링 등은 홍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만한 이름이지만 인도의 3대 홍차 중 하나로 꼽히는 ‘닐기리’의 경우 관심이 없으면 생소한 이름이다. 인도 남쪽 고원지대인 닐기리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오리지널 상품보다는 블렌딩에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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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홍차는 사실 분류가 어려울 정도로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문가들은 그중 기문홍차(기홍홍차), 운남홍차, 정산소종 등 세 가지를 중국의 3대 홍차로 분류한다. 안휘성 기문 지방에서 생산되는 ‘기문홍차’는 찻잎을 건조하고 발효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생산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훈연향이 압도적이다. 대신 실론티나 인도산에 비해 향이 다소 약하고 카페인도 적은 편이다. 중국의 홍차는 가공 방식에 따라 공부홍차, 소종홍차, 홍쇄차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기홍홍차는 이중 공부홍차 즉, 정성을 다해 섬세하게 만든 홍차에 속한다. 따라서 기문홍차는 독서나 대화, 또는 일하는 도중에 쉬면서 마시는 용도보다는 차 자체를 음미하고 즐길 때 적당하다.

‘운남홍차’는 전홍차라 불리기도 하는데 전홍은 찻잎이 커다란 종자다. 찻잎의 색깔은 금황색이다. 전홍의 또 다른 특징은 ‘금호’ 즉 잔털이 보인다는 점이다. 운남성에서는 잎이 크고 금황색이며 잔털이 많은 찻잎을 좋은 재료로 꼽는다. 금색 털이 있는 전홍을 보면 마치 동물의 꼬리를 보는 것처럼 꿈틀대는 느낌이다.

‘정산소종’은 중국 푸젠성 무이산의 정산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랍상소종(소우총)이라고도 한다. 큰 범주로 정산소종이라고 말하나, 랍상소종은 정산소종 특유의 자연적인 훈연향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가 없어 인위적으로 훈연향을 입힌 것을 말한다. 무이산은 넓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정산소종 진품은 매우 귀하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마시는 시중의 정산소종과 무이산에서 난 진품은 그 맛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중국 홍차의 결정적 특징인 훈연향 또한 정산소종에서도 맡을 수 있다.

▶믿고 마시는 세계의 홍차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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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용법을 기준으로 볼 때 홍차는 다시 잎차와 티백으로 나눌 수 있다. 잎차는 본연의 향에 더욱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물을 끓이고 잎을 걸러내고 정통 다기에 차를 붓고 마시는 과정에서 명상의 느낌을 맛볼 수도 있다. 간편한 도구들도 일반화 되어 잎차 전용 티포트, 거름망, 잎차 전용 병 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마실 수 있다. 아시아권에서 즐겨 사용하는 다기 세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꼭 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잎차와 다기가 필요한 분위기에서는 형식을 갖추고, 그렇지 않을 땐 티완드나 티백을 마시는 것도 좋다. 티완드는 인체에 무해한 알미늄 소재의 스틱에 들어있는 2.5g의 잎차를 끓는 물에 3분간 우려먹는 방식으로, 잎차 음용법에 비해 간편하고 티백보다 생생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티백 또한 입차의 깊음과 기품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본연의 향과 맛은 갖고 있다. 티백이 마땅치 않다면 거름망과 컵만 있어도 잎차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그럼, 믿고 마실 만한 홍차 브랜드는 어떤 것들일까. (참조 : 네이버블로그 tea world)

트와이닝스 Twi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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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년, 토마스 트와이닝이라는 인물이 런던 스트랜드 216번지에 (아마도)세계 최초로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커피와 티를 함께 팔았지만 당시만 해도 커피하우스에 여성이 출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트와이닝은 1717년 홍차만 파는 ‘골드라이온’이라는 홍차 전문 카페를 열었다. 당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가 유명해졌고 빅토리아 시대 때는 왕실에 홍차를 납품하면서 전통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706년에 문을 연 커피하우스는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있으며 1964년 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즈사가 인수했다. 샘 트와이닝스 가문이 10대째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산소종,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레이디 그레이, 다즐링 홍차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포트넘앤메이슨 Fortnum & M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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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년에 윌리엄 포트넘과 휴 메이슨이 런던의 피카딜리에 설립한 브랜드이다. 처음에는 종합 식품 매장으로 출발했으나 1761년, 윌리엄 포트넘의 손자인 찰스 대에 이르러 영국 왕실에 식료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1964년에는 창립자를 기리는 뜻에서 4톤에 이르는 거대한 시계를 매장에 설치했다. 매 시간마다 4피트 크기의 윌리엄 포트넘과 휴 메이슨의 인형이 나와 마주 보며 인사를 하고, 종이 울리며, 18세기 풍의 배경 음악이 연주된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은 호사스러운 피크닉 바구니로도 유명한데, 이는 헨리 레가타(헨리-온-템즈에서 열리는 보트 경기)나 애스컷 경마 등 빅토리아 시대 상류 사회의 각종 행사에서 제공되기 시작했었다. 피크닉 바구니에는 스틸턴 치즈, 샴페인과 훈제 연어 등의 각종 진미가 들어간다. 아직까지도 영국의 상류 사회에서는(특히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피크닉 바구니가 인기 있다. 2001년에는 캐나다의 억만장자인 W. 가필드 웨스턴에 의해 인수되었으며 그의 손녀인 제이너 웨스턴 카야트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특정 산지보다는 세계 각국의 홍차들을 취급하고 있으며 차를 이용해 만든 각종 식품도 볼 수 있다. 명품급 다기들도 이 상점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잭슨스 오브 피카딜리

Jacksons of Piccad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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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년 잭슨 가문이 피카딜리에 문을 연 식품점에서 시작, 1815년 로버트 잭슨이 블렌딩 홍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블렌딩 홍차를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기록 외에도 잭슨스 오브 피카딜리는 1830년 세계 최초로 얼그레이티를 판매했다는 기록도 갖고 있다. 최초의 얼그레이 부분은 트와이닝사와 원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해롯츠 Harr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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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해롯백화점의 식품관에 가면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이게 된다. 그 화려하고 품격 높은 음식점들과 매장들은 세계 그 어떤 백화점도 흉내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격조로 가득하다. 이 백화점의 식품관이 유독 아름다운 것은 백화점의 출발이 ‘식품가게’였기 때문이리라. 이곳은 1849년 H.C 해롯이 작은 식품점을 창업하며 선언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구비해 놓았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지금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왕실에 각종 용품과 식품을 납품할 정도로 영국인 모두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품점 초창기 때부터 블렌딩 홍차를 판매했고 1920년대에 현대적 블렌딩 시설을 갖추고 본격 생산과 판매에 임하고 있다. 다즐링, 아쌈, 닐기리 등 70여 종의 홍차를 만날 수 있다.

립톤 Li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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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토마트 립톤이 클레스 고우 101번가에 식료품점을 차리고 홍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홍차 수요가 늘어나자 립톤은 아예 스리랑카(당시에는 ‘실론’이라 불렀다)의 하피텔레 지역의 차 농장을 사들여 재배부터 가공,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기에 이른다. 립톤이 브랜드가 된 것은 1893년 상표 등록을 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제품 포장에는 ‘토마스 립톤, 실론의 차 지배인’이라는 문구와 그의 서명이 프린트되어 있고, ‘서명이 없으면 진품이 아님’이라는 정품 표기까지 하고 있다. 1938년, 유니레버가 미국과 캐나다의 립톤을 인수해 세계를 상대로 한 유통을 시작했다.

위타드 오브 첼시 Whittard of Chelsea

영국의 대중적인 홍차 브랜드 하면 이곳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가성비로 치면 최고 수준이다. 맛과 향이 최고 수준이며 인도, 스리랑카, 중국 외에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홍차들을 비교적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86년 월터 위타드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홍차를 골라 판매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문을 연 이후 그 전통은 지금까지 변함 없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홍차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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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드 Ahmad

홍차 브랜드의 찻잎 성분과 향기 유지를 위한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잎을 따고 말리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맛과 향이 감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마드는 원산지 찻잎을 현지에서 건조시키지 않고 저장 상태로 영국으로 가져와 가공을 시작, 차 본래의 향과 맛을 유지해 뛰어난 상품성을 확보한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프랑스 브랜드로는 1795년 도자기 회사인 웨지우드에서 만든 웨지우드 홍차, 프랑스의 에디아르, 차 행상인으로 시작,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 마리아쥬 프레르, 쟈넷, 독일의 로네펠트, 할센 앤 리온 등이 있다.

[글 아트만(텍스트 씽크) 사진 위키미디어, 픽사베이 참조 불교저널, 도깨비찻집]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5호 (17.11.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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