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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야기 책세상] 재해 발생시 ‘국민의 선택과 지도자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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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국민이 겪고 있는 각종 피해 상황도 문제였지만, 바로 다음 날인 11월 16일은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일개인의 문제를 넘어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적인 행사’ 중의 하나다. 이런 시점에서 국가는 과연 원칙과 안전 중 무엇을 택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정부의 대처능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을 마치자마자 지진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고, 열띤 토의 과정에서 수능 자체를 연기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 참모들은 처음 당혹스러워 했지만, 포항 현지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수능 연기가 결정됐다. 갑작스런 결정에 국민들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국가적 행사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수긍했다.

이번 수능 연기 결정은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해 참모들과의 토의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대통령은 국가가 혼란과 위기에 빠졌을 때 제안 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결정 한 번으로 국가의 기틀이 흔들리기도, 또 더 굳건해지기도 한다. 과연 대통령에게 부여된 결정 권한은 어디까지 미치고,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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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치자면 대통령은 ‘만렙’이어야 한다. / pcgame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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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육성 게임(RPG)을 해본 사람이라면 캐릭터 레벨이 올라갈수록 기술도 다양해지고 힘도 막강해지는 걸 경험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여서, 국가 최고지도자인 만큼 그 권한도 막강하다. 일단 대통령은 국가가 비상상황에 빠졌을 때 법률에 버금가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원래 국가의 모든 일은 법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회에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이럴 때 대통령은 최소한으로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긴급처분ㆍ명령권’이다. 물론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만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며 절대 남용해서도 안 된다.

또한 대통령은 전쟁의 ‘선전포고’도 할 수 있고, 국가 간 조약을 맺을 수도 있다. 또 외교사절을 다른 나라에 보내기 위해 신임장을 작성해 다른 국가원수에게 보내기도 한다. ‘외교・선전강화권’이다.

공무원을 임명하거나 파면하는 ‘공무원 임면권’도 있다. 사실상 대통령이 지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권한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모든 공무원 인사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다. 국회 동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면권’도 가지는데, 특별한 날에 범죄자들을 사면해주는 권한을 말한다. 이외에도 군대를 지휘하고 통솔하는 ‘국군통수권’, 군사적 동원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계엄선포권’, 국회가 만든 법을 거부할 수 있는 ‘법률안거부권’ 등 수많은 권한이 대통령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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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president)는 상향식 의사소통을 반영한 용어인 반면, 대통령(大統領)은 상명하복식 의사소통을 내포한다. / 일러스트 이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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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 건 그만큼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무겁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권한을 남발하는 자가 아닌 현명하게 사용하는 자가 훌륭한 지도자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크게(大) 거느리고(統) 명령한다(領)는 상명하복식 의사소통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뜻이 권위주의적이라고 해서 대통령직을 맡은 사람에게도 권위주의가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은 국가를 잘 이끌어달라는 간곡한 염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라고 대통령을 뽑는 나라는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 올바른 선택에 목말라 하는 국민들은 늘 현명한 대통령을 갈구한다. 그리고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선택의 진가는 여실히 드러난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이형관, 문현경 (‘내가? 정치를? 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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