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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채용비리' 은행권, 필기시험 등 도입 검토...공정성∙전문성 다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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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신입직원 채용비리 사태의 영향으로 주요 은행들의 직원채용 절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은행들은 제대로 된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있어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논술시험 등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채용절차를 재검토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은 준비해야 할 게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비즈

지난 9월30일 서울 목동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인천공항공사 신규직원채용 필기시험. /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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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한국씨티 등 대부분 은행은 필기없이 면접만…은행들 논술고사 추가 검토 중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중 필기시험이 전혀 없는 은행은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서류전형과 실무자면접(1차), 임원면접(2차)으로만 선발해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이 전혀 없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신입직원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필기시험 도입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또 채용비리가 발생했던 우리은행도 인·적성 시험만 통과하면 별도의 필기고사는 없어도 채용될 수 있는 구조였다.

필기시험을 보고 있는 일부 은행도 가벼운 상식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KEB하나은행의 필기시험은 인·적성 문제와 시사상식 등 3개 분야로 구성돼있다. 사실상 인·적성을 체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초상식만을 보는 셈이다.

외국계 은행들도 필기시험이 없이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서류전형과 실무진·임원 면접으로 채용하고 있고, SC제일은행도 온라인 직무능력검사만 통과하면 면접으로 채용이 결정된다. 온라인 직무능력검사는 간단한 인적성 테스트다.

경남은행 등 대부분의 지방은행들도 서류·면접 절차만 거치면 필기시험 없이 입사할 수 있다.
주요 은행 중 비교적 꼼꼼한 필기고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 은행은 필기시험에 상식과 논술고사 등을 포함해 치르고 있다.

이렇게 느슨했던 은행들의 채용절차가 채용비리의 된서리를 맞으면서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는 논술고사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용비리가 발생한 우리은행은 이미 필기시험을 다시 보기로 지침을 정했다. 구체적인 시행시기와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필기시험은 금융상식과 논술 등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 시행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감독원도 은행권 채용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공정성과 전문성 모두 잡는 방안은?

금융권 일각에서도 논술 등 강도 높은 필기시험을 통해 채용비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성을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필기시험 비중을 높여야 각종 인사청탁과 채용비리로 얼룩진 채용절차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필기시험으로 허들(장애물)을 높이는 게 가장 쉽게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의 GSAT(삼성직무적성검사) 등 대기업들이 채용절차에 도입한 강도 높은 필기시험을 도입해야 공정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시정 고려대 교수(법학과)도 “항상 면접이 가장 문제가 되니까 공정하게 (필기)시험으로 끝내버리는 게 확실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원자들의 스펙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과)는 “필기시험과 면접은 물론 출신학교와 전공 등 금융사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모아 종합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점수의 배분을 균형있게 맞춰 특정 부문에서만 높게 점수를 받은 지원자가 취업에 성공하는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정 방법에만 채용을 의존할 경우 채용되는 인력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면접 등에서 점수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블라인드 면접을 좀 더 많이 채용과정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형 금융회사 직원 이 모씨는 “성격이나 인성 등 금융사 직원으로서 필수적인 요인을 평가하는 면접을 보지 않을 수는 없지만 면접과정에서 어떤 배경을 가진 지원자인지에 대해서는 면접관들이 절대 알지 못하도록 해 객관적이고 청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직군별 채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외환사업부에서, 소매금융(가계대출)을 담당하는 직원은 개인고객본부에서 별도로 채용해 전문 인력으로 양성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직군별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은행원들의 특성상 시험문제를 잘 푼다고 업무를 잘 해내는 것은 아니다”면서 “결국 담당 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직군별로 채용하는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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