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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최보기의 책보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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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동사의 삶’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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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 ‘동사의 삶’은 인문학자의 인문학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순탄치 않은 인생길을 걸어온 한 사람의 아주 훌륭한 자기계발서다. 삶에 대한 자신의 기대나 만족도와 남들의 평가가 다르므로 저자의 ‘성공’ 여부는 저자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제3자가 현재의 저자를 본다면 십중팔구 저자가 성공적인 삶을 일구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강연이 쇄도하는, 대중에게 유명한 인문학자’일뿐만 아니라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고가(?)의 브랜드까지 독점하고 있다.

그의 유년과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오늘의 최준영은 좀 '있을법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집안 사정이 악화돼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학교를 자퇴, 신발 공장에 견습공(시다)으로 취직했다. 그런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던 어떤 형이 공장 일을 마치면 부랴부랴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다.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야학 ‘상록수의 집’이었다. 최준영은 지체없이 그 형을 따라 야학에 등록했다.

그곳에는 어린 최준영에게 미래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면서 이후 평생의 연으로 남을 대학생 선생님이 있었다. K대 사학과 재학생으로 ‘자진근로반’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박한용 학생이었다. 그 역시 지금은 민족문제연구소 교수로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역사학자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난 때는 필시 1980년대 초반이다. 당시 대학의 어지간한 동아리들은 대부분 ‘운동권’과 거리가 짧았다. 이들은 말이 필요 없는 ‘386 세대’ 선후배가 됐던 것이다.

야학을 마친 최준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생 박한용과의 만남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는 대학 재학 중 학생운동으로 3번 제적 당했고, 끝내 졸업장을 따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무슨 말이냐 하면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은 알고 보면 박사는커녕 석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연이 쇄도하고, 어지간한 사람이면 들어서 이름을 알아주는 인문학자이자 교수’가 최준영이다.

‘동사의 삶’에는 신산했던 그의 삶이 녹아있다. 동사는 ‘행동, 움직임’이다. 책 제목을 의역하면 ‘행동하는 삶’이다. 저자 최준영 역시 “동사의 삶은 척박한 현실을 비관하지 않아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삶이거든요”라 말한다. 아마도 이는 미혼모, 노숙인, 자활지원센터, 교도소 등등 그가 주로 활약(?)해왔던 약자들의 거리에서 했을 강연의 첫 대사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이 처한 어려운 현실로 인해 앞이 캄캄한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다 읽는 순간 당신도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당신을 다음의 할 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천리길, 만리길도 끝까지 가려면 일단 첫걸음을 떼야 한다. ‘동사의 삶’ 책이 나오게 되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약자들을 위한 복지 차원의 인문학적 교육 예산이 원상복구돼 ‘거리의 인문학자, 노숙인 인문학자, 거지 교수’ 최준영이 다시 바빠졌다는 것이다.

◇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푸른영토/ 1만 48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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