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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진보강한 학교는 진앙 바로 옆에서도 큰 피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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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强震 파장]흥해남산초교, 진앙 1.6km 거리

올해 초 공사… 내벽 일부에만 금

보강 안한 인근 초교는 임시 폐쇄

동아일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남산초교 건물 외벽의 밝은 색 벽돌 부분이 올해 초 내진보강을 한 곳이다. 내부에 철근을 추가하고 벽면을 두껍게 해 지진 피해를 줄였다. 포항=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저 벽돌이 우리 학교를 지켜줬어요.”

21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남산초교에서 만난 황영애 교감(53·여)이 건물 외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외벽을 장식한 붉은 벽돌의 색이 대부분 짙었지만 황 교감이 가리킨 부분만 밝았다. 바로 내진보강이 이뤄진 곳이다. 올 1월부터 3개월간 내부에 철근을 보강하고 시멘트를 두껍게 하는 ‘내진벽체증설’ 기법의 보강 공사가 실시됐다.

1998년 설립된 흥해남산초교에는 학생 301명이 다닌다.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진앙에서 약 1.6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내벽 일부에 금이 가는 정도의 피해가 전부였다. 외벽 피해는 거의 없었다. 겉모습만 보면 진앙과 이렇게 가깝다는 걸 믿기 어렵다. 8개월 전 이뤄진 내진보강이 지진을 막아낸 것이다. 황 교감은 “새 벽돌은 금 간 곳이 하나도 없다. 내진보강 공사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 내진보강만으로 피해 줄였다

동아일보

대도중(위쪽 사진)은 건물 외벽에 강판을 덧대 기둥의 강도와 강성을 높이는 기둥 증설 작업을 했다. 양학중(아래쪽 사진)은 지진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제진장치(댐퍼)를 설치했다. 포항=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흥해남산초교에서 약 1km 떨어진 흥해초교. 이번 지진 피해로 흥해초교 본관의 기둥은 아랫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구부러진 철근이 튀어나와 있었다. 반면 서관은 내벽에 일부 금이 가는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같은 학교이지만 본관(1968년 건축)은 1988년 도입된 내진설계 의무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내진보강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관은 2012년 내진보강이 이뤄졌다. 학생 대부분은 본관에서 공부한다. 결국 흥해초교 학생 330명은 다음 주 흥해남산초교로 옮겨 수업을 받는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 피해를 입어 부랴부랴 내진보강을 한 덕분에 이번에 피해를 줄인 학교도 있다. 양학중은 9·12 경주 지진 당시 학교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이후 건물 외벽 곳곳에 지진 충격을 덜어 줄 ‘앵커’를 박았다. 겉에서 보면 마치 벽에 못을 박은 것 같다. 앵커는 건물 내부와 벽돌 같은 부착재를 강하게 이어주는 효과를 낸다. 또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도 설치했다. 이 덕분에 이번 지진 때 일부 경미한 균열만 발생했다.

당초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이었던 포항고와 포항여고, 포항여자전자고 중 본관 건물에 내진보강이 된 학교는 포항여자전자고뿐이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고와 포항여고는 고사장 지정이 취소됐다. 포항여자전자고에선 그대로 시험이 치러진다. 박용웅 포항여자전자고 행정실장(58)은 “전문가 진단 결과 건물에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킬 만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교육청 내진보강 4년 앞당긴다

올 1월 시작된 흥해남산초교 내진보강은 3월까지 이어졌다. 새 학기 시작 후에도 공사가 진행되자 일부 학부모는 걱정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내진보강의 중요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포항 지진을 겪은 후 모두 안도했다. 학부모 금호성 씨(43)는 “당시 학교 측의 상세한 설명에 학부모들이 모두 납득했다. 지금은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지역 학교의 1차 점검 결과 내진보강이나 건립 당시 내진설계가 반영된 학교는 대부분 정밀 안전점검이 필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에서 붕괴를 우려할 만한 구조적인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 포항지역 328개교 중 115개교 건물에 내진보강 혹은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교 내진보강 완료 시기를 예정보다 4년 앞당기겠다는 내용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시설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516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학교가 내진 성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포항=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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