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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年수천억 버는 귀요미… 日지자체 마스코트 '유루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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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와나시=이동휘 특파원




"바보처럼 라면 그릇을 뒤집어썼지만, 저 사노마루(캐릭터 이름)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합니다!"

지난 19일 오전 일본 미에현 구와나시의 한 공터에 차려진 200개의 부스 앞. 에도 시대 무사 복장을 한 대머리 캐릭터부터 귤 모양의 인형까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한 캐릭터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든 지역 마스코트인 '유루캬라'였다.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부터 최남단 가고시마까지,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관람객들 앞에서 익살스럽게 행동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

이날은 전국 4000개 유루캬라 중 최고 인기 스타를 뽑는 '2017년 유루캬라 그랑프리'의 결선 투표 날이었다. 지난 8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인터넷상에서 진행된 사전 투표에서 상위 200위에 오른 인기 유루캬라들이 후보로 나섰다. 유루캬라 옆에 선 각 지자체 공무원들은 직접 포장한 기념품과 선물을 나눠주느라 바빴다. 책갈피부터 사탕, 포스트잇 등 해당 지역의 유루캬라 모습이 담긴 선물을 받아든 관람객들은 "가와이이~!(귀여워~!)"라고 탄성을 질렀다. 사노마루 캐릭터를 담당하는 도치기현 사노시청 이즈미다 히사오 계장은 "관람객들 줄 선물을 밤새 포장하느라 손이 다 부르텄다"며 "우리 시 유루캬라가 상위권에 올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면 뭔들 못 하겠나"고 했다.

우승자는 그랑프리 현장에 찾아온 2만4000명의 투표 결과에 사전 투표 성적을 합해 가려졌다. 지바현 나리타시의 '우나리군'이 80만5328표를 받아 1등을 차지했다. 이토 나루타카 구와나시장은 "일본 전역에서 찾아온 여러분 덕분에 인구 14만명의 작은 온천 마을 전체가 떠들썩했다"고 했다.

관광산업을 일으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일본 지자체들이 지역 마스코트인 유루캬라에 주목하고 있다. 유루캬라 하나가 연간 수천억원의 경제 효과를 안겨주며 지역을 먹여 살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품은' 캐릭터 유루캬라

유루캬라는 느슨하다는 의미의 일본말 '유루이'와 캐릭터의 일본식 표현인 '캬라쿠타'를 합한 단어이다. 지역을 홍보하거나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유명 만화가인 미우라 쥰(三浦純)이 1980년대 만들어낸 말이다. 그는 "유루캬라로 불리려면 '향토애(愛)'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엉성함을 갖춰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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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루캬라들은 그 지역의 대표 농산물이나 관광지 등을 이미지화한 경우가 많다. 닭꼬치가 유명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유루캬라 '바리상'은 이마바리시에서 나고 자란 새의 모습이다. 이마바리시에는 혼슈와 시코쿠를 이어주는 '구루시마 해협 대교'가 있는데 바리상은 이 대교 모양의 왕관을 쓰고 있다. 시의 주력 사업인 조선업을 상징하는 배 모양 지갑도 들었다. 시가현 히코네시의 유루캬라 '히코냥'은 유명 관광지인 히코네성의 건축 4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히코네의 '히코'와 고양이 울음소리 '냥'을 합쳐 이름 붙였다. 관광객 히로후미 도사키씨는 "캐릭터만 봐도 그 지역이 뭐가 유명한지 유추가 된다"고 했다.

◇연 매출 수백~수천억짜리 효자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스타 유루캬라'들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2011년 우승자인 구마모토현 '구마몬'은 지역 홍보용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도라에몽, 헬로키티와 어깨를 견주는 '전국구 캐릭터'로 올라섰다. 최근 일본 기업 '캐릭터데이터뱅크'가 실시한 호감도 조사에서는 헬로키티(47.3%)를 제치고 1위(53.6%)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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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루캬라의 유명세는 곧 해당 지역의 경제 수익으로 이어진다. 구마몬 캐릭터 상품이 전국 각지에서 팔려나가면서, 구마모토현은 2016년에만 1조2600억원의 구마몬 관련 매출을 올렸다. 일본 은행은 2016년 우승자인 고치현 '신죠군'이 연간 최대 476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타니 사토시 일본은행 고치지점장은 "신죠군을 앞으로 10년간 고치현을 먹여 살릴 캐릭터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에히메현 유루캬라인 '미컁'의 경우 2011년 출생부터 작년 5세가 될 때까지 2480억원을 현에 안겨줬다. 2014~2015년 그랑프리에서 줄곧 톱3에 오른 사이타마현 후카야시의 유루캬라 '후카짱'의 작년 매출액은 486억원이었다. 입상 후 매년 2배씩 성장했다. 고지마 진 후카야시 시장은 "예상치 못한 인기에 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최근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스타 등용문' 유루캬라 그랑프리

매년 11월 열리는 그랑프리는 전국에 유루캬라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그랑프리를 '스타 유루캬라 대열에 오르는 등용문'이라고 부른다. 2010년 시작된 그랑프리는 작년 2400만표가 넘는 투표수를 기록하는 등 일본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에 있었던 일본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수(5575만표)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국민의 참여를 끌어낸 투표 이벤트가 '유루캬라 붐'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상위권에 오르면 지역 홍보 효과가 크고 관광객도 몰려오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선거전'에 열을 올린다. 도쿠시마현은 특산물인 감귤을 떠올리게 하는 유루캬라 '스다치군'의 득표를 위해 10명 규모의 선거대책팀을 만들기도 했다.

신인 유루캬라들은 구마몬 같은 스타 유루캬라의 '후광'을 빌리기도 한다. 이들은 스타 유루캬라가 나타나면 얼른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군마현 홍보과 오야마 유지 주임은 "대세 정치인과 함께 사진을 찍어 자신을 홍보하는 신인 정치인과 비슷한 행동으로, 효과는 만점"이라고 했다. 그랑프리 개최지도 '특수'를 누린다. 일본 이와테은행 지역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작년 개최지 마츠야마시는 이틀간 약 35억원의 관련 수익을 올렸다.

구와나시=이동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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