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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정은, 아버지 세대 물갈이 … 선군 → 선당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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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서열 2위 총참모장, 3위 무력상

6년 동안 5번씩 교체해 군부 장악

김정일은 17년간 무력상 3명 바꿔

“최용해, 당 조직부장 맡아 군 검열

황병서 부패 드러나자 처벌 첩보도”

중앙일보

최용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버지 세대 인물인 군부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용해(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한때 국가보위상(한국의 국가정보원)을 지낸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 총살 등의 처형까지는 아니지만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하는 처벌일 것이라는 게 국정원에서 나오는 얘기다.

김정은이 지난 6년 동안 군부를 장악하고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잦은 인사교체였다. 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은 이영호-현영철-김격식-이영길-이명수 등으로 다섯 번 교체됐다. 군 서열 3위인 인민무력상도 마찬가지다. 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 등으로 다섯 번 바뀌었다. 인민무력상의 경우 김일성 집권 46년 동안 5명(최용건-김광협-김창봉-최현-오진우), 김정일 집권 17년 동안 3명(최광-김일철-김영춘)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김정은이 수시로 군 수뇌부를 갈아치웠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6년간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 자리를 거친 사람은 최용해(2012~2014)-황병서(2014~2017) 등 2명이다. 조선인민군의 당적을 통제하고, 군 간부 인사 등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군(先軍) 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시대부터 총정치국장은 실질적인 군 서열 1위이자 실질적으로 권력 서열 2위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최용해에 의해 황병서는 권력 서열 2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공장은 1958년에 북한의 첫 트럭인 ‘승리-58’을 조립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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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용해의 위상을 고려할 때 그가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면서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직지도부장은 인민군을 포함해 북한의 모든 조직을 지도하는 또 하나의 핵심 요직이다.

최용해의 부상은 ‘선군’에서 ‘선당(先黨)’으로 무게를 옮겨가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정치국장을 누름으로써 군부의 위상을 격하시키고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의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은 선군 정치로 북한이 병영국가라는 이미지가 부각됐고 자신이 군부 독재자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부패 혐의도 불거졌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선당 차원에서 군을 검열하던 중 (황병서 관련) 부패 사실이 드러나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황병서의 처벌을 권력기관 간의 암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군 총정치국을 노동당에서 손봤다는 점에서 1990년대 후반 ‘심화조 사건’의 연장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심화조 사건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싹트자 비밀경찰 조직(심화조)이 2만5000여 명을 숙청하거나 처형한 사건이다. 그 이면에는 군의 채문덕 사회안전성(현재 인민보안성) 정치국장이 문성술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고문해 사망하게 하는 등 두 권력기관 사이에 알력이 있었다. 채문덕은 조직지도부의 반격으로 2000년 처형됐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용수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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