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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블랙 프라이데이, 반드시 싸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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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세일 행사 자리잡은 블랙 프라이데이

영국 소비자단체, 할인 품목 35개 1년 추적

'블프'이후에도, 가격 같거나 더 싼 경우도

"가격 꼼꼼히 조사 후 구매하라" 조언

국내 구매자들은 세금 등 꼼꼼히 챙겨야

카드회사들, 캐시백·무이자 서비스

해마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다음날 금요일(올해는 24일)이면 미국 전역은 쇼핑 열기로 달아오른다. 이날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이 파격 세일을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할인 폭이 워낙 커서 전날 저녁, 또는 며칠 전부터 매장 밖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매장문이 열리면 점 찍어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소몰이 축제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미국판 소몰이 축제’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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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라이데이 쇼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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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투우 소에 쫓기는 것처럼 전력으로 질주하는 건 파격적인 할인가 때문이다. 스마트 TV나 컴퓨터 같은 고가 품목이 반값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소량의 ‘미끼’ 상품일 가능성이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할인하는 상품을 그 이후에도 같은 가격 또는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Which?)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세일한 상품 가격을 연중으로 확대해 비교한 결과 60%가 평소와 같거나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에서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는 전 세계로 확대돼 영국에서도 대형 쇼핑 행사가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위치는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할인가로 판매된 상품 35개의 가격을 1년 동안 추적했다. 가전 전문점인 커리스PC월드 판매 제품 22개, 아르고스 12개, 아마존 1개를 선택했다. 이 가운데 60%인 21개 제품은 블랙 프라이데이 이전 또는 이후의 가격이 같거나 더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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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라이데이의 매장 풍경. 매장 문이 열리면 원하는 물건을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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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스PC월드가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494.99파운드(약 72만원)에 판매한 오븐은 3주 뒤 가격이 45파운드(약 6만5000원) 더 떨어졌다. 연중 113일간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았다.

삼성 스마트 울트라 HD 커브형 TV(55인치)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849파운드(약 123만원)에 팔았는데, 이후 가격을 내렸다. 12월에 50파운드(약 7만2000원), 이듬해 1월과 4월에 79파운드(약 11만5000원) 추가로 내렸다. LG TV(49인치) 가격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499파운드(약 72만5000원)이었는데, 12월에 16파운드 더 내렸다.

원래 가격을 올려서 할인율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었다. 커리스는 정상가 729.99파운드(약 106만원)인 드롱기 커피 기계를 블랙 프라이데이에 349파운드(약 50만7000원)로 깎아준다고 홍보했다. 이 커피 기계는 12월 내내 349파운드였을 뿐 아니라, 애초 가격도 729파운드가 아닌 579파운드였다.

아마존은 26% 할인된 가격이라며 29.99파운드(약 4만3000원)에 오랄B 전동 칫솔을 판매했으나, 이 칫솔은 7월에 5파운드가 더 쌌다.

알렉스 닐 위치 가정용품 부문장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큰 폭으로 할인하는 상품도 있지만 모든 상품이 싼 것은 아니다”며 “쇼핑 전에 충분히 검색하고 준비해 가격 혜택을 받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가격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커리스PC월드 측은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가격을 추가로 인하한 것은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르고스는 “블랙 프라이데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고를 기회”라며 “여기에 나온 제품을 연중 다른 기간에 하는 세일이나 판촉 행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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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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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대지' 챙기고, 관세 꼼꼼히 따져봐야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내 소비자들도 기다리는 쇼핑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해외 직구는 관세청에서 개인통관 고유번호를 발급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개인통관 고유번호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물품 수입 신고 시 주민등록번호 대신 활용하는 일련번호다. 이 번호가 없으면 국내로 배송이 안 되고 주문한 상품이 배송회사에 묶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가입해야 한다.

다음은 물건 주문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면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춰 미국에서 물건을 산 뒤 한국 주소지로 배송해준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구매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이보다 저렴한 방법은 배송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배대지’는 배송대행업체의 미국 창고 주소를 말한다. 예컨대 물건을 사서 미국의 배송대행업체 창고로 배달하게 하면 된다. 그러면 배송대행업체가 그 물건을 한국의 주문자 집으로 부쳐준다. 주문자는 배송대행 수수료를 내야 한다.

관세는 물건 구매에서 있어 마지막 복병이다. 한 배송대행 업체 관계자는 “물건 가격에 관세가 더해지면 국내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아 관세 계산기 등을 통해 물건에 붙는 세금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록통관 물품(가방·책·소형가전)은 구매 금액이 200달러 이하면 면세다. 일반통관 물품(식품·영양제)은 150달러 이하가 면세다.

국내 반입금지 품목 확인도 필수다. 도검 등 무기류와 가짜상품, 웅담ㆍ사향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관련 제품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반입 금지 물품 등은 관세청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용카드사, 캐시백·무이자 할부 서비스


카드사들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각종 이벤트와 혜택을 준비 중이다. 신한카드는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직구 금액을 캐시백 해주는 이벤트를 연다. 대상은 해외 온라인 이용금액이 10만원 이상인 고객으로, 총 2211명을 추첨해 30~50%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 이용금액에 대해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준비했다.

현대카드는 아마존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현대카드 제휴 쇼핑몰을 이용할 경우 최대 5만원 캐시백 혜택을 준다. KB국민카드는 최대 5만원의 캐시백 혜택에 더해 배송비 할인 서비스를 내놨다. 배송 대행업체인 ‘몰테일’과 ‘아이포터’에서 국민카드로 100달러 이상의 배송 대행비를 결제한 고객 중 선착순 5000명에게 배송 대행비 10달러를 할인해준다.

우리카드도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송 대행업체 ‘이하넥스’를 이용하면 배송비를 3천원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또 직구 어플리케이션인 ‘쉽겟’에 연동된 쇼핑몰에서 50달러 이상을 결제하면 배송비를 50% 할인해준다.

삼성카드는 경품 혜택에 집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아마존ㆍ알리익스프레스 등 삼성카드가 선정한 10대 쇼핑몰에서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급 이어폰과 기프티콘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박현영ㆍ강기헌ㆍ정진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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