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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빅픽처] '베를린 여왕' 김민희, 국내에선 무관…"당연vs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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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SBS funE | 김지혜 기자] '칸의 여왕'이 전도연이라면, '베를린의 여왕'은 김민희다. 전도연은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김민희는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의 쾌거였다.

여느 때라면 상의 의미와 연기의 가치 그리고 배우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상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언론 역시 수상보다는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현지에서 보여준 스킨십과 언행에 관심이 쏠렸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을 인정한 첫 공식 석상이었기 때문이다.

김민희는 배우로서 정점의 커리어를 찍었고, 연예인으로 최악의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전성기도 아닌, 침체기도 아닌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애매한 포지션은 한 해를 결산하는 국내 영화 시상식에도 반영이 된 모양새다. 김민희는 앞서 열린 대종상, 영평상, 더 서울 어워즈 등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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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놓은 영화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3월 개봉), '그 후'(7월 개봉), '클레어의 카메라'(미개봉') 총 세 편. 모두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이들 작품에서 김민희는 삶과 사랑의 시련을 보여주는 자기 반영적인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아가씨'가 신비로우면서도 당당한 팜므파탈의 모습이었다면, 올해 영화에서는 자기 내면을 파고든 날카롭고 예민한 연기로 무르익은 역량을 과시했다. 베를린과 칸에서도 작품성에 대한 평가 보다 김민희의 연기에 더 주목할 정도로 호평이 자자했다.

그 결과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및 여우주연상 수상, '그 후'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앞선 열린 시상식은 물론 오는 25일 열리는 청룡상에서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청룡은 김민희에게 한 차례(2012년 '화차')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긴 특별한 인연이 있는 시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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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상수 감독의 입지는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영평상 올해의 영화 10선, 부산 영평상에서는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논란이 빚어졌을 때 카메라 뒤에 있는 감독보다는 얼굴을 내놓고 활동하는 배우가 타격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논란에 휩싸인 영화인에 대한 다른 나라의 평가는 어땠을까.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감독상은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에게 돌아갔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이었지만 1987년 열세 살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프랑스로 망명했다. 시상식에 참석은커녕 미국 입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트로피는 그에게 돌아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었다. 애플렉은 2010년 영화 촬영장에서 여성 스태프 두 명을 성희롱한 혐의로 고소당해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 당시 애플렉을 관련 사실을 부인했고,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그의 수상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상당했지만,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그랜드 슬램에 가까운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물론 두 사람은 '성범죄'라는 범법적 영역에 묶인 사례이기에 '불륜'이라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한 홍상수, 김민희의 케이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예술가의 능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는 측면에서 일견 공통점이 있다.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일부 영화인들만 기립했을 뿐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케이시 애플렉 수상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시상자였던 브리 라슨은 공개적으로 케이시 애플렉을 비난했던 배우. 트로피를 건네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상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는 감독과 배우의 역량과 윤리 문제를 구분 지어 평가했고, 수상 여부를 시상식 기준에 따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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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많은 대중에게 홍상수와 김민희는 타인의 고통을 의식하지 않은 채 불륜을 즐기고 있는 파렴치한이며, 김민희는 한 가정을 파괴한 주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홍상수 감독은 이혼을 원치 않는 부인과 소송을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5년 폐지된 간통죄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김민희는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수상자(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김기덕 감독, 강수연, 전도연, 문소리 등)에겐 어김없이 주어졌던 문화 훈장도 받지 못했다. 앞선 사례에 미뤄봤을 때 충분한 자격 요건이 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중의 반감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홍상수 감독의 영화 출연을 제외한 국내에서의 모든 활동이 올스톱되고, 수상의 영예와도 멀어진 김민희의 상황은 인과응보일까. 배우의 역량과 사생활을 구분하지 않은 가혹한 처벌일까. 어려운 문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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