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카탈루냐 독립파 시민활동가, "카탈루냐 공화국의 민주주의는 다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밤(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 산자우메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 어둑한 거리를 밝혔다. 바르셀로나 시 청사와 주정부 청사 사이에 위치한 이 광장은 카탈루냐 사람들(카탈란)의 단결력을 보여주는 전통인 ‘인간 탑쌓기’가 열리는 장소다. 지난 9월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집회가 끊임없이 열렸고 이날도 카탈루냐의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인 에스텔라다를 나부꼈다. 광장의 시민들은 카탈루냐 독립을 추진하다 체포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난달 스페인 중앙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하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권한은 정지됐고, 치열하게 찬반이 맞붙었던 거리의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독립을 이루려는 카탈란들의 의지와 행동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독립수호위원회(CDR)의 로제르 푸이그(25)는 “9월 주민투표에서 나온 카탈루냐 시민들의 (독립의 대한) 반응은 이미 충분히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민중연합후보당(CUP) 당사 앞에서 만난 푸이그는 카탈루냐에서 가장 강력하게 독립을 주장하는 CUP에 주민들의 의견를 전달하는 시민대표다. CUP가 카탈루냐 의회에서 갖는 위상은 전체 135석 중 10석에 불과하지만 독립 정국을 주도하는 ‘키플레이어’였다. 2015년 9월 총선 후 독립 찬성 대 반대 진영이 62석 대 63석으로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 결정하는 안건이 통과되는 데도 CUP의 가담이 결정적이었다. CUP는 포데모스와 유사한 극좌 성향 정당으로 반기득권·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분리주의를 지지하는 점에서 다르다.

푸이그는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은 고향의 방황하는 젊은 이들을 위한 시민단체도 꾸렸다. 카탈란의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그가 말하는 카탈루냐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조기 총선에 CUP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해 정당성이 없는 선거라 장외투쟁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는데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스페인 정당이 (카탈루냐 의회의) 20%를 차지한다. 카탈루냐 정당들이 불참한다면 지금의 자리도 뺏길 수 있다.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고 판단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CUP가 아직 힘이 크지 않지만 시민들의 힘을 얻고 있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정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카탈루냐 정당들이 목표는 같다. 그러나 방법론은 다 다르다. 일부러 합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국제사회에서 독립 움직임이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스페인 정부가 자치권 박탈을 단행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 아닌가.

“외국에선 (9월) 주민투표가 합법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우리는 이를 공식적이며 합법적이라고 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카탈루냐의 전통과 (독립하기 위한 열망을) 표출해 온 역사를 배웠다. 외국에선 이런 맥락을 모른다.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시절뿐 아니라 1700년대부터 카탈루냐는 억압을 받았던 역사가 있다. 카탈란들은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스페인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것이다.”

-스페인과 다른 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처럼 우리, 카탈루냐의 정부를 갖는 것이다. 자유를 얻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벗어나 우리 정부를 찾고 독립적인 카탈루냐를 찾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의 억압 탓에 새로운 정치를 하지 못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투표가 공화국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민투표 이후 움직임이) 생각했던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전 수반의 리더십 문제보다는 주변 세력과 (자치정부) 고위층의 총체적 문제였다.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스페인은 프랑코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를 보면 시민들의 독립 찬성과 반대가 반반인 것 같다.

“CUP 측에선 찬성이 조금 더 많다고 보고 있다. (독립은) 카탈란의 유일한 탈출구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많이 얘기하지만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카탈루냐에서 이를 꺼리던 때가 있었다. 스페인 정치에 지쳐있던 때다. 중앙정부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이다. 카탈루냐는 바스크와 달리 세금도 모두 중앙정부로 귀속돼 바꿀 수 있는 여지도 적다. 그러다 푸지데몬이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밝히면서 한꺼번에 (불만이) 폭발했다.”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경제의 20%를 차지한다. 스페인에서 나가도 강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가.

“유럽의 큰 도시들은 각국의 힘을 빌렸지만 바르셀로나는 그렇지 않다. 시민들의 힘이 컸다. 유럽의 힘이 아니다. (스페인 다른 지방과 다른 카탈루냐의 문화가 힘이 됐다는 이야기인가)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 타 지역보다 지정학적으로 외국과 교류가 많았던 곳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중간에 위치해 있고 스페인을 거치면 아프리카와도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했고 카탈루냐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카탈루냐의 독립은 진행형인가.

“시민들이 독립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좌우가 더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독립해) 국가가 된다면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아 나라가 만들어져야지 고위층의 의견으로만 카탈루냐 공화국을 만들 수는 없다.”

-카탈루냐 공화국은 어떤 나라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열려 있고, 민주적이며 시민들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나라다. 차별이 없는 평화로운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국가다. 시민들이 자유가 많아진다는 것은 혜택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행복감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면 경제도 활력을 얻는다. 스페인은 그런 부분을 억압시키고 있다. 카탈란이기 때문에 독립하려는 것도 있지만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카탈루냐 공화국을 세우려는 것이다. 스페인의 정치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의 속력을 따라 집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보다 군사력에 기대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유럽은 안전한 곳이다. 군대에 투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유럽에선 잦은 테러가 발생한다)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경찰이 맡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카탈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카탈란은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이민자뿐 아니라 에스파냐(스페인) 사람이지만 여기(카탈루냐)에서 일을 하는 사람, 또 스스로 이곳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카탈란이다. 인종으로 보지 않는다. CUP에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온 이들이 모여있다. 카탈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