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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스웨덴 외교 수장의 도발적인 ‘페미니스트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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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발스트룀, 데이트 폭력 딛고 의원 당선…2014년부터 외교장관

주요 교역국 사우디 여성인권 비판하고 무기수출 중단

트럼프 정부가 ‘낙태 지원 단체’ 원조 중단하자 캐나다 통해 지원

“비외교적” 비판에 “칵테일 파티 가는 게 외교인가” 응수



한겨레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부 장관. 스웨덴 정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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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외교’를 펼치고 있는 스웨덴 외교부 장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0대 때 데이트 폭력 피해자였던 그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의 여성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 파격으로 국제적 관심을 받아 왔다.

<뉴욕 타임스>는 17일 마르고트 발스트룀(63) 스웨덴 외교부 장관을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도발적인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2014년에 외교부 장관에 취임한 그가 내세운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을 “성평등(gender equality)을 스웨덴의 국제관계의 중심에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요커>를 보면 페미니스트 외교가 대체 무엇인지 처음에 그의 동료들조차 혼란스러워 했다고 한다. 상대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고르는 외교의 세계에서, 남성에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혹평도 받았다. 발스트룀은 이 매체에 “나는 페미니즘이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체계적이고 전지구적인 여성의 종속에 반대하는 입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스트룀은 페미니스트 외교가 무엇인지 곧 행동으로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연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주요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다. 사우디는 이에 스웨덴 주재 대사를 소환했고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관계 악화를 우려한 주요 기업들이 항의했지만, 발스트룀은 사과하지 않았고 스웨덴은 사우디에 무기 수출도 중단했다.

25살에 의원에 당선됐고 1990년대에 문화 장관 및 사회복지 장관을 역임, 2004~2010년에는 유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성공적인 정치 경력을 일궈온 발스트룀은 20대 초반에 데이트 폭력 피해자였다. 애인에게 흉기를 사용한 위협까지 당했던 그는 이것이 “다른 사람의 지배 아래 놓이는 모멸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제재소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그는 이 일을 겪은 몇 달 뒤 의원에 당선돼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발스트룀의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뒤 더 눈에 띄게 됐다.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성평등을 향한 노력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낙태를 지원하는 단체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자 ‘페미니스트 국제 원조 프로그램’이라는 대안을 제시해 캐나다 정부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유엔(UN) 핵무기 금지조약을 비준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냈지만 “누구의 압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스웨덴은 조약 비준을 아직 하지는 않았다.

발스트룀에 대해 “비외교적”이라는 내부 비판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난 시간이 별로 없다. 칵테일 파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외교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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