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프렌즈 vs 카카오 미니…네 마음 훔칠 AI는 '나야 나'

[[Digital Life]캐릭터 입힌 AI 스피커 나란히 출시…외모·기능 비슷한 듯 "달라요"]

국내 인터넷서비스 기업 맞수 네이버와 카카오가 캐릭터를 입힌 AI(인공지능) 스피커로 맞붙었다. 카카오가 카카오프렌즈 피규어를 단 첫 AI스피커 '카카오 미니'(이하 미니)를 선보이자 네이버가 라인프렌즈 캐릭터 모양의 '프렌즈'를 출시한 것. 프렌즈는 네이버가 2번째 선보이는 스피커인 만큼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탄탄한 기본기, 전작 대비 빨라진 응답이 눈길을 끈다. 반면 카카오 미니는 멜론의 방대한 음악 DB와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연계에 따른 확실한 강점이 느껴졌다.

◇예선전-귀여움 승부수 프렌즈 vs 개취 존중 미니=프렌즈는 네이버가 웨이브로 AI 스피커 시장에 발을 내딛은 후 추가로 출시한 2세대 제품이다. 전작인 웨이브가 블랙&실버 컬러로 핏감이 좋은 블랙 수투를 빼입은 30대 남성의 느낌을 풍겼다면, 프렌즈는 스피커 전체를 캐릭터로 디자인해 귀여움을 극대화해 통통 튀는 아이 같았다. 현재 시판된 프렌즈 스피커는 곰 캐릭터 '브라운'과 병아리 캐릭터 '샐리'로 출시,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반면 미니는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디자인을 채택, 개인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떼거나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스피커 자체는 회색 패브릭 원단으로 감싸 따뜻한 느낌을 준다. 구매시 선택할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과 어피치의 피규어는 자석 형식으로 탈착이 자유롭다.

◇전반전-기본기 탄탄 프렌즈 vs 카카오 서비스 무장 미니=프렌즈는 웨이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인 만큼 탄탄한 기본기가 눈길을 끌었다. 현 시각 주요뉴스를 물을 때면 YTN의 주요뉴스를 읊어줬고, 캘린더와 연동해 각종 일정을 음성으로 등록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갑자기 드는 호기심에 각종 질문을 퍼부워도 시사상식 선에서는 대부분 알맞은 답을 알려줬다. 전작인 웨이브보다 응답 및 답변 속도가 빨라진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응답 속도는 후발 주자인 미니가 더 빨랐다. 미니는 이용자 요청에 대부분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말의 속도도 더 빨랐다. 가끔 랩으로 느껴지는 미니의 목소리는 음성 인터페이스에서 겪는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한 노력으로 느껴졌다. 다만 말이 빨라 집중해서 들어야 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묻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기능면에서 미니 역시 뉴스나 일정관리에는 프렌즈와 동일한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검색 질문에서는 프렌즈에 참패 수준의 성적을 보였다. 두 제품 모두 대통령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의 생일, 나이에 대해서는 올바른 답변을 내놨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배고파가 영어로 뭐야?' 등 시사상식이나 외국어 문제에 프렌즈만 답을 했다. '주변 빵집 어디야?'라고 물었을 때도 프렌즈는 현재 위치 주변의 빵집 리스트를 알려주는 반면, 미니는 "준비 중인 기능"이라는 말만 읊어댔다.

아직까지 기능이 한정적인 AI 스피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악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애초 음악의 경우 국내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탑재한 미니가 더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의 결과들도 나왔다. 두 기기 모두 원하는 음악을 말했을 때 해당 음악을 잘 틀어줬지만 추천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 것. 두 기기에 '야근할 때 듣기 좋은 노래'를 요청하자 프렌즈는 "날 구해줘(Save me)"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영국 출신의 인디 록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이 부른 '배드 디시전스'(Bad Decisions)를 재생했고, 미니는 유피의 '바다'를 틀어줬다. 야근할 때 좋은 음악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피의 바다가 금요일 밤 야근 중인 책상 위에서 흘러나오자 오히려 슬픔과 분노가 치밀었다. 반면 특정 가수나 장르를 지정했을 때는 미니가 더 우위를 보였다.

미니에게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카카오 서비스와의 연계다. 특히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의 연동은 현재 듣고 있는 음악의 제목이나 뉴스의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음성 인터페이스 이용 시 느낄 수 있는 부족함을 채워줬다. 예를 들어 미니가 들려주는 주요뉴스 중 천천히 읽어보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그 기사 링크 카카오톡으로 보내줘"라고 말하면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에 해당 기사 링크를 전송해주는 식이다. 프렌즈 역시 일본에서는 라인을 연동한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카카오는 주문하기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를 향후 미니에 연동한다는 방침이다.

◇후반전-'야외도 OK' 프렌즈 vs '집돌이' 미니=AI 스피커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은 향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스피커 자체 하드웨어 성능은 스피커를 새로 구매하지 않는 한 변경이 어렵다. 이 때문에 스피커 자체 성능 및 기능도 주요 구매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스피커 자체 성능은 두 기기가 비슷했지만 프렌즈가 살짝 우위를 점했다. 음향 성능과 직결되는 출력이 프렌즈는 10W, 미니는 7W로 차이를 보였다.

활용 면에서는 프렌즈가 더 앞섰다. 프렌즈는 전원 없이 5시간 재생이 가능한 2850mAh의 배터리를 탑재, 야외 나들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미니는 '집돌이'였다. 배터리가 탑재되지 않아 전원을 꽂아야만 사용할 수 가능하다. 무게는 프렌즈 378g, 미니 390g으로 미니가 12g 무거웠다.

이해인 기자 hi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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