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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포항 강진 - 수능 연기 여파]“일주일 시간 더 생겼다” 애써 위안…부랴부랴 새 문제집 사러 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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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엔 연장 요구 쇄도

지방 수험생 숙소 예약 혼란

일부 학원 ‘7일 특강’ 개설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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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일인 16일 학교와 학원으로 나온 수험생들은 수능 연기가 발표된 전날보다 당혹감은 덜한 모습이었지만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전날 버린 책을 찾지 못했고, 서점에는 새 문제집을 사기 위한 수험생들이 몰렸다. 수능일이 오는 23일로 1주일 연기됨에 따라 서울 강남 등의 일부 학원들은 발빠르게 7일짜리 특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 교실에서는 수험생 20여명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날 저녁 학원 기숙사에서 잠자리에 들려던 권모씨(18)는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학원 5층으로 뛰어가 낮에 내다버린 책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권씨는 “학원 3층부터 5층까지 30명가량이 나와 자기가 버린 문제집을 찾고 있었다”며 “내가 버린 문제집 중에서는 1년 동안 공부하며 줄 치고 메모한 게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재수전문 학원에도 이날 오전 1000여명의 수험생들이 나와 자습을 했다. 학생들은 “지금 뭐하나 싶기도 하다” “공부할 시간이 일주일 더 생겨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 대부분의 학원들이 학생들에게 일주일간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마음집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도 있다.

경기 용인에 있는 재수기숙학원에서는 수능 연기가 발표된 뒤 수험생들이 일주일 더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쇄도했다. 학원 측은 한 달 학원비 약 200만원 중 일주일치 식비만 따져 20만원을 받고 일주일 더 머물도록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모 수학학원은 새 수능일까지 ‘7일 파이널 특강’을 개설했다. 학생 5명당 강사 1명을 붙여 하루 5시간 가르치는데 일일 특강료는 8만7500원이다. 서울 강남과 노원구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이 같은 7일짜리 특강이 여럿 개설됐다. 수학과 영어 등의 주요 과목 위주이고, 강의료는 하루 7만~10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서점에서도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 서점에서 만난 이모씨(19·여)는 “오답노트만 남겨두고 책을 다 버렸는데 기출문제를 다시 봐야 할 것 같아 모의고사집을 사러 왔다”고 했다.

섬 지역 수험생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으로 시험을 보러 지난 10일 배를 타고 나온 울릉고 학생 30여명은 포항에 일주일 더 머무르며 수능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제주에서는 수능 이후 육지로 나와 논술 시험 등을 보려던 학생들이 미뤄진 시험에 다시 일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주 오현고 3학년 김모군은 “논술 시험을 위해 수능 다음날인 17일 서울행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는데 뒤죽박죽됐다”고 말했다.

병역 의무 이행 중 수능 재도전에 나선 수험생들도 혼란스러워했다. 수능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나왔는데 일정이 연기되면서 시험을 못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의무경찰인 수험생 김모씨(22)는 “국방부에서는 시험 응시 병사들에게 휴가를 연장해 준다고 하는데 아직 경찰 방침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고등학교에서도 학사 일정이 변경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일부 고교는 수능 이후 예정된 기말고사나 졸업여행 등 각종 프로그램도 연기했다. 일부 고교는 이날부터 3학년 급식을 중단했기 때문에 다음주까지 급식 제공에도 차질이 생겼다. 서울 지역의 한 교사는 “늦게까지 자습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재덕·이종섭·김지혜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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