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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수험생·학교·학원 곳곳서 혼선…6일에 50만원 특강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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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일주일 연기 / 어수선했던 교육현장 ◆

매일경제

16일 오후 포항지구 수능 1고사장인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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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8시. 수능이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수험생으로 북적였을 선린인터넷고 고사장은 적막감이 흘렀다. 교실엔 이름표가 붙은 책상과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재순 교감은 복도에 비치된 청소도구함을 응시하며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무부 직원들과 함께 교실을 원상복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도 내 일부 고사장에서는 '수능 연기' 소식을 접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일선 학교와 수험생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선린인터넷고 3학년 교무부장 김춘성 교사는 "학사일정이 모두 어긋났다"며 "다음주 예비소집일과 수능일에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1~2학년 학생들 기말고사도 당장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서초구에 있는 서초고등학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재효 교감은 "당장 내일부터 급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자재를 어디서 구해와야 할지 걱정"이라며 "3학년 학생들은 4교시까지만 진행하고 귀가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 연기된 수능의 여파가 도미노처럼 학교 행정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수능 연기로 인한 혼란은 서점가로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의 한 대형서점은 수능 모의고사 문제집을 찾기 위한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서점을 찾은 한 수험생은 "가지고 있던 문제집을 다 버리고 요약 노트밖에 없다"며 "일주일 시간이 더 생겨 서점에 왔는데 원하는 문제집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수능 관련 서적들을 정리했던 수험생들이 서점으로 몰리면서 문제집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입시학원은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23일까지 학원 자습실을 전면 개방하고 수능 관련 자료를 프린트해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강남대성, 종로, 청솔 등 주요 기숙학원은 기숙사 연장 운영에 따른 추가 비용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수능일까지 기숙사 운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주일간 기숙사를 유료로 운영할지 무료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학원 산하에 있는 한 기숙학원 관계자는 "연기 결정이 난 15일 기숙사를 나갔던 학생들이 대거 다시 들어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며 "학원 직원들은 휴가도 취소해야 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지만 일주일간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원정수능'을 보기 위에 뭍으로 나온 도서지역 학생들도 문제다.

경북 울릉군 울릉도에 있는 울릉고 3학년 학생들은 예년처럼 수능 시험을 위해 4시간가량 바다를 건너 포항으로 왔다. 울릉도에는 따로 수능 고사장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5일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수험생활과 객지생활이 각각 일주일 연장됐다. 집으로 다시 돌아갈 처지도 못 된다. 연기된 수능일인 23일 전까지 여객선 운항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릉고 학생들은 당장 시험을 대비할 문제집과 입을 옷도 부족한 상황이라 남은 일주일이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익숙한 환경이 아닌 타지에서 일주일 동안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도 걱정이다. 울릉고 3학년 송화정 양(18)은 "오늘(16일)을 기준으로 컨디션 관리를 해왔는데 일주일을 더 해야 할 것 같아 막막하다"며 "빨래방에 가면서 봉투형 모의고사도 사올 계획"이라고 했다. 안지원 양(18)은 "딸을 응원한다며 사흘 전부터 나와 계셨던 부모님이 오늘 다시 울릉도로 돌아가셨다"면서 "다음주에 다시 포항에 오신다는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현재 울릉고 학생 34명은 경북교육청과 해병대 1사단 협조로 경북 포항 남구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종태 울릉고 교감은 "7년째 학생들을 데리고 포항에서 수능을 치러왔지만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우는 처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경북교육청도 "2000만원 규모 예산으로 학생들 생활에 필요한 각종 경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 = 박재영 기자 / 서울 = 김희래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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