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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토요일마다 외국인에게 한식요리 가르치는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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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KB금융지주 박호근 팀장]

머니투데이

박호근 KB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팀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낯선 외국인들을 자신의 주방으로 초대한다. 유창한 영어로 조리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함께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만든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가정식을 경험시켜 주는 요리교실의 주인장이다.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트립' 서비스에서 박 팀장은 올해 2월 한식 요리교실을 열었다. 대상은 주로 한식에 관심이 많아 직접 만들어 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이다.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박 팀장은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기본적인 조리법을 알려주며 함께 먹을 점심밥을 만든다. 요리의 유래,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젓가락 차이 등 끊임없는 음식문화 수다는 덤이다. 완성된 집밥 한상은 외국인 손님뿐만 아니라 아내와 두 딸 모두와 함께 나눠 먹는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박 팀장의 주방을 다녀간 외국인은 70여명에 이른다. 가까이는 일본에서부터 멀게는 핀란드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박 팀장과 함께 한식을 만들고 즐겼다. 박 팀장은 "프랑스에서 식당을 하시는 분이 와서 요리법을 배운 뒤 자기 메뉴에 쓰겠다고 했던 적도 있었고 홍콩에서 온 분이 김치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김장을 한 적도 있었다"며 "우리집 김치가 홍콩에 진출한 셈"이라며 웃었다.

박 팀장이 요리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딸 때문이다. 2005년 첫째 딸이 태어나면서 이유식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들면서 요리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딸이 자라면서 요리의 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제빵 쪽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2014년에는 '만만한 집 빵'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 팀장은 "한식요리에 흥미와 솜씨가 쌓이면서 외국인들에게 한번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리안푸드 앰배서더(한식 외교대사)라는 생각으로 하니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요리는 박 팀장이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박 팀장은 "정신도, 육체도 회사에 저당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정말 나의 주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고민도 요리를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요리를 할 때야말로 진짜 내가 나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배들이 회사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라"고 알려준다.

한때 기자를 꿈꿨던 국문학도였던 박 팀장은 요즘 요리와 글짓기를 결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박 팀장은 "단순히 요리 재료를 나열하는 식이 아닌 물 흐르듯이 읽히는 에세이처럼 요리책을 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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