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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지진 버틴 수능고사장 포항고 가보니…곳곳 '상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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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능 예비소집 당시 지진 났던 포항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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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인해 큰 균열이 난 포항고 체육관 건물. /포항=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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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고 체육관. 점심시간마다 혈기왕성한 남고생으로 붐비는 이 곳은 이날 수능 예비소집을 위해 모인 400여명의 학생들로 가득찼다.

한창 교사들의 당부 사항에 대해 귀 기울이고 있는 찰나 '쿵'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동요했고 일부는 비명을 질렀다. 놀란 학생들은 황급히 운동장으로 향했다. 한 차례 진동이 끝난 뒤, 남은 예비소집 절차는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16일 오후 찾은 포항고는 언제 큰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지진 발생 이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오는 17일까지 휴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휴업은 휴교와 달리 학생들만 학교에 나오지 않을 뿐 교사들은 출근하는 상태를 말한다. 드문드문 교사들이 지나다닐 뿐 학생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체육관 건물 한 면은 바닥부터 끝까지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교무실 안 교사들은 "내일 휴업엔 연가를 써야 하는것 아니냐"며 여유있게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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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이 일어난 포항고 건물을 점검하는 김상곤 부총리. /포항=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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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둘러보니 건물 곳곳은 전날의 지진 피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쫒아 교장실로 들어섰다.

"30년이 지난 건물"이라며 학교를 소개한 손창준 교장은 오른팔로 교장석 바로 위 벽면을 가리켰다. 이 빠진 그릇처럼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모서리가 부서진 것이 눈에 띄었다. 지진의 흔적이다.

손 교장은 "오른쪽은 보기 좋게 흰 종이로 가려뒀지만 왼쪽은 피해 상황 당시 그대로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건물 중 외관 상 가장 피해가 큰 건물은 체육관이다. 바닥부터 건물 끝까지 한쪽 면이 갈라졌다. 취재진 역시 놀란 마음을 달래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능 예비소집이 진행되던 당시 학생들과 함께 체육관 안에 있었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질서정연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또 다른 교직원은 "건물 안에서 수능 관련 서류를 점검하다가 분진이 날리며 학교가 흔들리기에 '지진인가'라고 생각하며 황급히 뛰어나왔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휴업에 학교가 괜찮은지 걱정돼 학교를 찾은 학생도 이따금 눈에 띄었다. 이 학교 2학년 장지혁군은 "예비소집 때문에 학교에는 없었지만 선후배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으로 학교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군은 "선생님은 학생들이 비교적 침착했다고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나만 해도 집에 있다가 지진이 나고 선반 위 물건들이 떨어지는 걸 보니 딱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군은 수능 연기 때문에 포항 학생들을 욕하는 댓글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군은 "여진 걱정에, 친구들과 매일 드나들던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며 "자연 재해로 미뤄진 수능을 포항 학생 탓으로 돌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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