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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뉴스 TALK] 해양플랜트 기술, 우리가 세계 최고인데 造船 3사끼리 헐뜯다 싱가포르에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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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국 조선사들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됐습니다. 해양플랜트 수주전 얘깁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社)는 노르웨이 스타토일(Statoil)의 북해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O) 수주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해양플랜트는 한국 조선이 수조원의 부실을 내게 한 장본인이지만 수주 금액이 크다 보니 요즘 같은 일감 부족 해갈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프로젝트 금액도 5억달러 이상입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과 맞먹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사의 수주가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대우조선이 가장 앞서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지요. 그러자 국내사끼리 비방전이 벌어졌습니다. 해묵은 저가(低價) 수주 논란이지요. 한쪽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에서 철수한다 해놓고 덤핑 입찰에 나섰다고 하고, 대우조선은 잘못된 팩트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국내 조선 3사 모두 그만큼 수주가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싱가포르의 셈코프(Sembcorp)가 최종 낙찰받았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 자부하던 한국 조선사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겁니다. 우리끼리 싸울 때 싱가포르 업체는 속으로 웃고 있었겠죠.

앞으로는 더 문제입니다. 지난 8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중국 업체에 빼앗긴 데 이어 한국 조선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해양플랜트마저 휘청거리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셈코프는 우리 업체들보다 1억달러(1113억원)가량 금액을 적게 써냈다고 합니다. 우리 업체들은 "한국 조선사엔 말도 안 되는 낮은 금액"이라고 말합니다. 셈코프는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인건비를 크게 낮췄다고 합니다. 또 세계 여러 곳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다 보니 외주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셈코프는 삼성중공업의 전통적 고객이었던 쉘사의 멕시코만FPU(부유식 해양생산설비)를 낙찰받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빠른 속도로 한국을 쫓아오기 시작한 걸로 봐야 한다. 바짝 긴장하고 각성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가가 오르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도 재개되고 있지만, 우리끼리 이렇게 싸우다가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이번 사태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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