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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靑 문건유출’ 정호성 징역 1년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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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국정질서 어지럽혀”… 朴 前 대통령과 공모관계 인정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향후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도 관련 혐의에 대한 유죄 선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5일 공무상 비밀 누설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11월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360일 만이다.

세계일보

공판 출석하는 정 前비서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정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하며 고도의 비밀 유지가 필요한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민간인 최씨에게 전달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은 물론 국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증인 출석과 동행 명령 요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며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사이의 문건 유출에 대한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건이 명시적 지시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포괄적인,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에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보내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정 전 비서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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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청와대 문건 유출에서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게 된 배경에는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건을 보낸 건 대통령의 포괄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한 데다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지난해 10월25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최씨 의견을 들었다고 시인한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최씨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해당 문건을 최씨에게 보내 내용을 살펴보게 하는 것이 전제되므로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된다는 점을 당연히 인식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모관계는 현행 법에서 서로 암묵적 의사 연락이 있거나 공범자가 범행을 결심하는 데 힘을 싣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성립한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문건 유출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법원이 공모관계를 인정함에 따라 같은 재판부가 심리하는 향후 자신의 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재판부는 아울러 정 전 비서관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아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문제의 문건 47건 가운데 33건은 “수사기관의 압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들 문건의 유출에 따른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나머지 14건만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정 전 비서관이 최씨와 문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용한 휴대전화 3대를 몰수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비밀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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