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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입시전쟁 중압감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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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23일로 미뤄졌다. 시험 당일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마지막 점검을 해왔을 수험생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게 중요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일주일 뒤 어김없이 찾아올 수능날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시험을 그르치지 않고 평소 실력을 발휘하려면 머릿속을 짓누르는 중압감부터 떨쳐 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상 학생의 25~41%가 중압감으로 신체·감정적 변화를 겪고, 약 21%는 이 때문에 실력 발휘를 못한 채 성적 하락을 경험한다. 특히 긴장감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열린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시험에서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능처럼 객관식으로 답이 명확한 시험보다 논술·면접처럼 예측이 어려운 과정을 밟아야 할 때 압박감이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풀고 머릿속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큰 시험을 치르기 전 가까운 지인들이 보낸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시험 중압감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컴퓨터학회(ACM) 주관 '2017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컴퓨터공학과 1~4학년 학생 88명을 대상으로 실험해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좋아요'와 응원 댓글, 비공개 메시지 등을 받은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시험 압박에 취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시작 직전 7분간 지인들이 보낸 메시지를 읽도록 했더니 학생들의 긴장감이 약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델로아치 일리노이대 박사는 "주변 평가에 민감하고 자존감이 낮은 학생일수록 중압감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인들의 격려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과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시험 직전 10분간 자신의 걱정스러운 심경과 생각을 글로 메모하는 것이 불안감을 잠재우고 성적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긴장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면 컴퓨터 메모리가 꽉 찼을 때 버퍼링이 걸리듯 두뇌 회전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마 쪽 전두엽에서 담당하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작동을 안 해 상황 대처·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안 베일록 시카고대 교수는 "시험 직전에 초조함과 불안을 느끼는 학생은 뇌의 작업 기억이 일찍 작동해 과부하가 걸린다"며 "불안감을 메모지에 옮겨 적는 방법은 이 같은 용량 초과를 막고 뇌 기능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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