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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신입 초봉 5억6000만원…수재들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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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인재확보 전략
실리콘밸리는 ‘인재 블랙홀’…전 세계 수재 몰려
연봉 3배에 스톡옵션까지…인재 확보 경쟁 치열

“자 준비됐나요? 그럼 던지세요. 성공(Bang)!”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켄 쑹(Ken Soong)의 초대로 방문한 링크드인 본사는 시끌벅적했다. 점심 시간을 맞아 회사 앞마당에 있는 농구 코트에서 ‘3점슛·자유투 대회’가 벌어진 것이다. 한쪽에서 슛 동작을 연습하는 직원, 지나가다 즉흥적으로 대회에 참여하는 직원, 코트 밖에서 동료를 응원하는 직원도 보였다. 함성, 농구공이 튕기는 소리, 웃음 소리까지 더해져 회사가 흡사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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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본사 사무실 모습/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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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 분위기도 비슷했다. 높은 천장으로 된 로비를 지나니 각종 기구를 갖춘 헬스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은 각 층에 마련된 스낵바에서 자유롭게 음료수, 커피, 과일을 꺼내먹고 소파에 앉아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동료와 탁구를 치는 직원도 보였다. 곳곳에 비치돼 있는 무인자판기에선 마우스, 키보드, USB와 같은 사무용품을 무료로 뽑아 쓸 수도 있었다. 켄은 “미리 협의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며 “링크드인은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도 직원 복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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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계 미국인인 켄은 아이비리그 명문인 코넬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응용 물리학으로 석·박사를 마친 수재다. 구글이 32억달러( 3조6000억원)에 인수한 스타트업 네스트의 직원, 애플 개발자,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등을 동네 바비큐 파티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엔 인재가 넘친다. 미국 명문 MBA 출신이 구글 맵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 엔지니어가 파트 타임 우버 기사로 활동하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 복지·연봉·스톡옵션 상상 초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쾌적한 근무환경,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고액 연봉 등을 제시한다.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 산업 특성상 인재는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부 새로운 기술 분야는 인재 풀(pool) 자체가 협소해 관련 인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최근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적이다. 막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관련 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전문가라도 30만∼50만달러(3억4000만∼5억6000만원) 수준의 높은 연봉을 제안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천재적인 AI 연구자들, 스타 창업가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든다. 구글이 최근 자연어 처리 전문가인 루크 제틀모이어(Luke Zettlemoyer) 워싱턴대 교수에게 현재 연봉의 세 배를 제안한 일화는 유명하다.

딥러닝 연구의 대가인 앤드루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 분야 수퍼스타다. 그는 구글의 AI 연구 프로젝트인 구글 브레인 창립멤버이자 유니콘에 등극한 교육 스타트업 코세라의 공동 창업자다. 중국 테크기업 바이두에서 AI 총괄을 맡았다가 최근 다시 실리콘밸리로 돌아와 ‘딥러닝닷에이아이(deeplearning.ai)’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설립, 활동하고 있다.

빠른 성장을 원하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도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대니얼은 “IBM에서 일반 시니어 엔지니어가 받는 총보상(기본급, 현금 보너스 등 포함)이 20만달러(2억2000만원) 미만인 반면, 에어비앤비는 58만달러(6억50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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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학생들이 커리어 페어에 참여한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페이스X 부스 앞에서 채용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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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현금 대신 스톡옵션을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은 회사 인수·합병 혹은 상장 시 주식을 팔아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덕에 큰돈을 벌게 된 직원들의 이야기가 늘 화제에 오른다.

잠재력이 풍부한 대학생을 미리 공략하기도 한다. 10월 3일 팰로앨토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커리어 페어(Career Fair)’엔 실리콘밸리의 거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항공 스타트업 ‘스페이스X’가 참가했다. 많은 학생들이 부스에 몰렸고 공식 행사 종료 후에도 몇 시간 동안 기업 설명, 채용 상담이 이어졌다. 삼성·SK·LG·현대카드 등 실리콘밸리에 오피스가 있는 한국 대기업 역시 대학생을 위한 별도의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 엔지니어 중심 문화…글로벌 인재 빨아들여
실리콘밸리 특유의 엔지니어 중심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실리콘밸리 매니저들은 한국의 중간관리자처럼 지시를 내리는 역할이 아니라 엔지니어의 불편함을 해결해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봉이 수억원대인 엔지니어를 채용했는데 잡무 등으로 능률이 떨어지면 회사 전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일하는 제이슨은 “실리콘밸리에선 매니저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불만이 많아지면 오히려 매니저가 해고된다”고 했다.

최고 연봉, 복지, 기업 문화를 갖추고 있으니 세계 각국에서 인재가 몰려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엔지니어가 많은데, 1980년대 이후 이민 온 엔지니어의 경우 대부분 고등교육을 마친 엘리트다. 2015년 10월 구글 CEO에 취임한 순다르 피차이, 201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를 맡은 사티아 나델라,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창업자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벤처 투자사 코슬라 벤처스를 운영하는 비노드 코슬라가 대표적인 인도계 경영자다. 범(凡)중국계로는 유튜브 창업자인 스티븐 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꼽힌다. 실리콘밸리가 인도·중국계 엔지니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유니콘 ‘스트라이프’를 창업한 아일랜드계 이민자 존 콜리슨은 “실리콘밸리로 들어오는 세계 각국 인재들은 실리콘밸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이민자 없는 창업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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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다카 폐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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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US POINT
트럼프 反이민정책에 반발
실리콘밸리 인재 전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노골적인 반(反)이민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기술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발급받는 비자인 ‘H1B 비자’ 우선 발급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전(前) 대통령이 만든 스타트업 비자 ‘국제 창업가 규정’ 시행을 내년 3월로 연기했다. 지난 9월엔 불법 입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청년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행정명령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의회와 논의해 다카 폐기를 중단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현재 애플에만 다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250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역시 “다카 폐기는 잘못된 결정이자 잔인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샌프란시스코=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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