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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판 골드만삭스’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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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국내에도 세계적 투자은행(IB)이 등장할 것인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NH투자·삼성·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그제 금융위원회로부터 초대형 IB, 즉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아 기업금융 업무 전반을 다루게 됐다.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2011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를 투자은행으로 본격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6년 만이다.

그러나 초대형 IB는 출발부터 반쪽짜리란 비난에 휩싸였다. 한투증권 한 곳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만기 1년 이하의 어음 발행으로 일반투자자의 자금을 모집해 기업대출이나 주식·회사채 투자 등에 운용하는 단기금융업은 부분적이나마 금융의 벽을 허문 혁신적 발상으로 투자은행 업무의 핵심으로 꼽힌다. 은행권이 이번 조치에 대해 사실상의 수신행위를 허용했다며 반발할 만하다.

금융위는 다른 4개 IB에 대해서도 대주주 적격성 및 자본건전성 심사가 끝나는 대로 단기금융업을 인가할 방침이라지만 쉽게 결론이 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삼성증권이 하나의 사례다. IB의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 금융계는 증자,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업무를 두루 취급하는 세계적 IB들에 의해 장악된 지 오래다. 우리 금융계가 진작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위로 끝난 데에는 제대로 된 IB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대형 IB가 온전하게 뿌리내리게 하려면 중소·중견기업 대출 같은 규제의 올가미를 풀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요긴하다.

금융의 무대는 우리끼리 싸우는 우물 안이 전부가 아니다. 세계 굴지의 IB들이 죽기 살기로 다투는 싸움터에서 나란히 경쟁해야만 한다. 외국계 IB들은 멋대로 설치게 놔두면서 국내 IB들만 이런저런 이유로 옭아매는 역차별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결코 나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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