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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또 간판 바꾸려는 국정원, 뼈를 깎는 개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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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명칭이 또 바뀔 모양이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그제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해 연내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정원 명칭 변경을 비롯해 대공수사권 이관, 직무범위 명확화·구체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름을 바꾼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해외안보정보원이 유력시된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정원에 이어 4번째 간판을 내거는 것이다.

국정원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전 정부와 전전 정부의 국정원장 4명이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다. 댓글 사건으로 구속된 원세훈 전 원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병기 전 원장은 특수활동비 40억원 청와대 상납과 관련해 어제 새벽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이미 조사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어제 청구했다. 정보기관 수장 4명이 한꺼번에 처벌받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직원들까지 줄줄이 구속되면서 국정원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탈행위를 보면 국정원이 과연 정보기관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직원들이 인터넷 댓글을 조작해 선거에 개입하고 남녀배우의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국정원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뼈를 깎는 개혁과 각오야말로 국정원 간판을 바꿔 다는 일보다 중요하다. 국정원 전 임직원은 정권유지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권력자도 국정원을 정권에 활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정원 개혁이 화급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박탈해야 할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국경은 무의미한 시대다. 국정원의 업무를 해외 안보정보 수집으로만 제한할 경우 대공·대북정보 수집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국정원 대공능력의 손발이 묶인다면 북한만 손뼉 치며 반길 것이다. 내외부 통제장치 강화 등을 통해 일탈을 막는 게 현명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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