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트럼프, 사우디 피의 숙청에 "왕세자 잘 한다" 트윗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왕자 11명, 공직자 수십명 투옥 피바람

미국 대통령이 독재 권력 지지 메시지?

중앙일보

왕세자에 오르기 전인 3월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왼쪽) 국방장관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피의 숙청'을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도중인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왕과 왕세자에게 큰 믿음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이 가혹하게 대우하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수년간 자기 나라를 쥐어짰다!"고 남겼다.

사촌형을 제치고 왕위 계승자가 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2·약칭 MBS)가 일가 친척을 상대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트윗이었다.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4일(현지시간)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이튿날엔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가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고, 압둘아지즈 빈파하드 왕자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등 왕자 두 명이 숨졌다.

살만 국왕은 칙령을 내리고 반부패위원회에 압수수색, 계좌추적, 출국금지, 자산동결, 체포영장 발부 등 막강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왕세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숙청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MBS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병권을 갖고 있다가 지난 6월 무함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 내무장관을 몰아내고 왕세자에 올라 내무부 병력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 숙청으로 사우디 제3의 병권인 국가방위부까지 손에 넣었다.

중앙일보

숙청 과정에서 투옥된 &#39;중동의 워렌 버핏&#39;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 EPA/YAHYA ARHAB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숙청으로 투옥된 주요 인물 중 하나는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무함마드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트윗으로 부딪힌 바 있다. 그는 "당신은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수치"라며 "절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니 기권하라"고 했고, 트럼프는 "멍청한 빈탈랄 왕자가 아버지 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통제하려는데, 내가 당선되면 그런 짓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맞붙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사우디 왕가의 숙청 작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며칠간 MBS와 밀담을 나누며 전략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살만 왕과 왕세자를 지지하는 트윗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헌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재권을 얻은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대회를 통해 1강 체제를 구축한 데 대해서도 "비범한 승격"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 외신들은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국제 사회에 독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