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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꽃뱀 또는 왕따'…한국은 '미투 캠페인'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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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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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미국에서 한 여배우의 제안으로 성폭력ㆍ성추행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무풍지대다. 오히려 '한샘'의 여직원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ㆍ목격자들이 협박ㆍ회유당하거나 심지어 꽃뱀이라고 모욕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여성 트로트 가수 문희옥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상담해 온 후배 여가수를 협박ㆍ회유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문희옥은 후배 여가수가 성추행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해봐 사장님한테 얘기해서 다 불어버려라 사장님은 형 살고 나오면 되지만 너는 식구들 타격이 더 커. 넌 어디 가수 이름 하나 못 대 거기서 장사 되겠어?"라고 말했다. 결국 후배 여가수는 문희옥을 협박ㆍ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해 법정 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문희옥은 혐의를 부인하며 "서툰 조언으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말에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해 1996년 노동부 과장 재직시절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의원측의 "사실 무근"이라는 주장에 흐지부지 되기도 했다.

목격자들이 희생된 경우도 있다. 지난 6월엔 최호식 전 '호식이 두마리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성 및 도움을 준 30대 여성들이 발생 장소가 '호텔'이라는 이유로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왜곡된 가치관, 성 관련 문제를 축소ㆍ외면하는 남성 위주의 사회적 편견 등이 만연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기 힘든 제도적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조은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미투 캠페인은 피해자들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당당해지는 것이 상처 극복의 첩경이라는 점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털어 놓으면 이상하게 보고 궁지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더 강해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를 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조직 내에서도 문제를 숨기지 말고 제대로 처리해야 조직원간 및 조직에 대한 신뢰를 유지ㆍ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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