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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우디 왕세자, 왕위계승 길닦기…反부패 '대규모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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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왕세자 탄탄대로…왕자 11명·장관까지 체포

'억만장자' 알왈리드 왕자 체포설…숙청 계속될듯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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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32)의 왕위 계승을 위한 대규모 숙청이 이뤄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반(反)부패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11명의 왕자와 4명의 현직 장관, 수십명의 전직 장관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억만장자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반부패위를 이끌게 된 직후 나온 조치다. 왕위 계승 1순위인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 강화와 순조로운 즉위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같은 날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관과 해군 수장, 경제장관 등 국가 최고의 요인들이 한꺼번에 경질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가방위부를 이끄는 미텝 빈 압둘라 왕자의 파면은 국가 안보에 대한 빈 살만 왕세자의 장악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는 "왕국 전체에 충격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도 요동쳤다. 이날 사우디 증시에서 알왈리드 왕자가 95%의 지분을 가진 킹덤홀딩스의 주식은 9.9% 폭락했다.

반부패위는 이번 체포가 2009년 제다 홍수 당시 피해 복구 미흡 등 과거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결과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영 SPA통신은 반부패위가 "공금을 수호하며 부패하고 자신의 직위를 남용하는 이들을 징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사우디 재무장관인 모하메드 알 자단은 "이번(체포)에 따라 이 왕국은 새 시대와 함께 투명성과 명확성, 책임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시작한다"며 "이 결단력 있는 결정은 투자 환경을 수호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제고한다"고 선포했다.

반부패 숙청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공항 소식통은 AFP에 "보안군이 공항의 개인 전세기를 뜨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고위급 인사들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숙청은 사우디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사회·경제 개혁에 잇따라 나온 것으로, 이는 사우디의 실권을 담당해 '미스터 에브리싱'이라고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꿈은 '석유 시대 이후'의 사우디를 위한 개혁을 일구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극보수 사우디를 온건화하는 개혁을 선언하고, 여성의 운전과 스포츠 경기 관람 등 권익 강화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처럼 사우디의 잇단 개혁 조치와 대규모 숙청은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에야 58세 고령의 사촌을 누르고 왕위 계승 1순위로 올라섰기에 왕위 계승 절차가 매우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라이스대 산하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연구원은 이번 숙청에 대해 "체포의 규모와 범위 모든 측면에서 사우디 현대 역사상 전례가 없다"면서 "만약 알왈리드 왕자의 체포가 사실이라면 국내는 물론 국제 공동체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AFP는 "왕세자의 급부상이 공격성이나 계산적 면모에서 거의 셰익스피어급"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압둘아지즈는 81세의 고령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런 살만 국왕을 대신해 국방부터 시작해 경제 등 정부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사실상의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대사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첫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 사우디 국왕이 될 것이며 이후 반세기간 사우디를 이끌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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