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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월드 톡톡]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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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슐랭 스타 요리사 안드레스

허리케인 폐허 푸에르토리코에서 220만명분의 음식 공짜로 대접

조선일보

미국의 스타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왼쪽)가 푸에르토리코 체육관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주방에서 현지 요리사들과 수프를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미국의 스타 셰프 호세 안드레스(48)가 지난 9월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쑥대밭이 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한 달 가까이 주민들에게 음식 자원봉사를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가 제공한 음식은 푸에르토리코 인구(340만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20만명분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스페인계 미국인인 안드레스는 마이애미와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내 27곳에 레스토랑 체인을 갖고 있는 미슐랭 스타 셰프다. 그는 지난 9월 20일 푸에르토리코에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가 상륙해 34명이 숨지고 섬 전역이 정전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자신이 만든 비영리 봉사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직원들을 이끌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전역의 식당을 접촉해 활용 가능한 식재료와 프라이팬 등을 모으고, 현지 요리사들에게도 도움을 호소했다. 허리케인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입은 식당과 교회 등의 주방을 빌려 수프와 샌드위치, 볶음밥, 파스타 등을 하루 최소 5000여 개씩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짜로 제공했다. 차가운 비상식량만 먹다가 오랜만에 맛보는 따뜻한 음식이었다. 소문을 듣고 모인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루에 3만 개의 샌드위치를 만든 적도 있었다. 산속 마을 등 외진 곳에 배달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자 '재난 자선을 위한 센터' '컴패스 그룹' 같은 미국의 구호단체로부터 식료품 지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드레스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하나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며 "계획 없이 급하게 와서 매일 걱정이 많았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주민 리베라는 NYT 인터뷰에서 "안드레스가 우리들을 굶주림에서 구출해줬다"며 "그 어떤 영웅보다 더 훌륭하다"고 했다.안드레스는 연일 계속된 봉사로 몸무게가 25파운드(11㎏)나 빠졌고 한때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 달여 만에 미 워싱턴 DC 자택으로 돌아왔다. NYT는 "안드레스의 팀이 구세군이나 적십자사 같은 대형 국제 구호단체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며 "그가 긴급 구호의 개념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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