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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부동산 대책과 증시] "부동산 자금은 주식 시장으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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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고 있다. 6·19대책(3차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오피스텔 및 광역시 청약시장 등으로 투기 수요가 유입되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강력한 8·2 부동산 대책(4차 규제)이 발표되었다. 추가적으로 10월에는 DSR, 보유세 등의 규제가 등장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 또는 주택 분양 시장의 둔화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년부터는 더욱 강력한 대책들이 결합된다.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권 전매와 4월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강화,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파트 물량은 많아지는데 규제는 역대급이다.

벌써부터 가격 조정이 군데군데 나타나고 있다. 지방을 기점으로 경기도 지역으로 가격 조정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이 부족한 서울지역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투자 심리는 크게 자극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양도소득세 적용으로 수도권 이외에 서울지역의 주택가격 조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관심은 주식 시장이다. 올 들어 역대 최고치이자, 박스권을 돌파한 국내 주식 시장에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유입된다면 한번 더 큰 폭의 상승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이다. 첫째, 부동산과 주식은 둘 다 위험자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함께 들어가고, 함께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대체 관계를 갖지 않는다. 특히, 매매 규모가 큰 부동산 투자자들은 일부 여유 자금을 제외하고는 주식을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부동산 가격의 조정이 정말 심각해진다면 주식 시장도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많이 오른 부동산 가격이 조정 정도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역대급 규제와 막대한 입주 물량으로 인해 가격조정이 본격화된다면, 주식 등 여타 자산가격에도 충격파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지금은 글로벌 경기가 좋고, 한국 기업이익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시장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 같이 나타나는 ‘골디락스’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골디락스란 ‘골드(goldㆍ금)’와 ‘락(lockㆍ머리카락)’의 합성어로, 경제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물가상승 압력(inflationary pressure)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성장’을 뜻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

지금이 딱 그렇다. 경기회복 신호는 존재하는데, 유가를 포함한 물가지표가 옆으로 기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늦춰지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과 안정적인 물가가 골디락스 상황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럴 때는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규제책으로 내놓아도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끔쩍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규모 부동산 규제책을 시행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도 한국 부동산은 글로벌 흐름에 편승해서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간 경험이 존재한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동산을 억제하면 관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같은 맥락에 놓고 살피면서 어느 한 쪽에 이상 신호가 발생할 지 여부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이투데이/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 (onli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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