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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진퇴양난 카탈루냐 독립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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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 지도부가 진퇴양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8주 뒤로 예정된 자치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도 안 할수도 없게 됐다. 참여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통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지만 선거를 거부했다가 모든 권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카탈루냐 수도인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반독립' 시위가 벌어지는 등 독립 모멘텀은 약화하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바르셀로나에서는 독립에 반대하는 카탈루냐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경찰 추산으로는 30만명, 주최측 주장으로는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스페인이 쪼개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피켓을 들고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전날 스페인 전국지 엘파이스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탈루냐 여론은 독립보다 자치에 기울어 있다. 카탈루냐 주민 52%가 독립에 반대한 반면 독립에 찬성한다는 답은 41%에 그쳤다.

분석가들은 8주 뒤인 오는 12월 21일 카탈루냐 자치의회와 주정부 구성을 위한 새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의 결정이 독립파를 진퇴양난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정부의 직접통치가 길지 않을 것이어서 독립파가 반대 여론을 끌어모을 동력으로는 불충분한데다 8주밖에 남지 않은 선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독립파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모호하다.

일단 자치정부 서열 2위였던 오리올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자신이 당수로 있는 좌파 정당 카탈루냐공화국좌파(ERC)가 이번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29일자 카탈루냐 지역신문에 실은 공개서한에서 자신은 여전히 부수반으로서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스페인 정부가 계획한 지방선거에는 출마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자신을 포함한 자치정부 각료들은 카탈루냐 시민들이 투표로 뽑아줬다면서 자신들은 여전히 권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독립파는 8주 뒤인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어서 독립파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독립파로 스스로는 중도좌익이라고 주장하지만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시민당(Cs)의 알베르트 리베라 당수는 "지금은 거리(여론)를 차지하고, 투표함을 차지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의 대규모 반독립 시위는 반독립파가 여론몰이를 통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 정치 분석가인 호르헤 갈린도는 독립파가 '상당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파가 선거에서 승리해 다시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독립선언을 무효로 한 스페인의 통치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선포를 고집하며 선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는 모든 권력을 잃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탈루냐 상황은 여전히 모호하게 돌아가고 있다.

훈케라스 부수반을 포함해 일부 자치정부 각료들이 자신들을 해임한 스페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시사하고 시민단체들은 이들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스페인 중앙정부로서도 이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거부하고, 카탈루냐 지방정부 조직이 중앙에서 파견한 장관들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이 28일 연설에서 스페인의 직접통치에 대해 무장봉기가 아닌 평화적인 저항을 촉구하고 나섰고, 해임된 카탈루냐 지방경찰청장도 같은 날 지역경찰에 스페인의 지시를 따르라고 밝히는 등 독립파의 반발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아 물리적인 충돌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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