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0)씨는 며칠 전 SC제일은행이 새로 출시한 '마블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이씨가 좋아하는 미국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의 로고와 함께 영웅 캐릭터 '토르'의 무기인 망치가 그려진 카드였다. 이씨는 "카드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카드 혜택은 물어보지도 않고 신청했다"며 "주변에도 각종 캐릭터가 새겨진 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장용'으로 발급받는 사람들 때문에 카드 사용률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캐릭터 카드들의 사용률이 오히려 기존 카드들보다 높아 카드사 실적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너도나도 캐릭터로 모객(募客) 나선 금융사들
지난 7월 27일 출시된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는 두 달 만에 280만장 넘게 발급 신청이 이뤄졌다. 4종의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라이언' 캐릭터 체크카드가 전체 발급의 절반을 차지했다. 보통 한 종의 카드가 연간 100만장을 넘겨 발급되기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록적이다. 온라인상엔 카드 물량 부족으로 4주 만에 카드를 받아본 사람들이 후기 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위력은 앞서 6월 출시된 '하나카드 카카오페이 체크카드'에서도 나타났다. 하나카드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만든 이 카드에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지난 6월 출시된 이후 46만장 발급됐다. 카카오뱅크 카드를 발급받은 직장인 오모(27)씨는 "카드가 하나의 캐릭터 상품 같아 소장 욕구가 일더라"고 했다.
카카오뱅크 카드 열풍을 지켜보던 다른 금융사들도 캐릭터 카드를 속속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8월 네이버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제휴한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내놨다.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4종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 SC제일은행도 8월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디즈니 카드'를 새로 출시했고, 10월에 토르, 헐크 캐릭터가 들어간 '마블 카드'를 추가 출시했다. 광주은행 KJ카드도 9월 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지난 25일 우리카드도 자체 캐릭터인 '위비프렌즈'가 들어간 2종의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그러나 캐릭터가 들어갔다고 해서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 자체의 인기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스티키몬스터' 캐릭터를 도입한 'KB국민 청춘대로 톡톡카드'는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와 같은 날 출시됐지만 1만장 발급에 그쳤다.
◇캐릭터 카드 사용률도 높아… "실적에 도움"
캐릭터 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의 경우 20대와 30대 신청자가 전체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나카드 카카오 페이 체크카드는 20대가 51%였다. 위비프렌즈 체크카드를 출시한 우리카드 관계자는 "캐릭터 카드에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해 어학원·편의점·드러그스토어 할인 등 혜택을 담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가 발급은 많이 됐지만 실제 사용하는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7일 기준 사용률은 51.2%로 열 명 중 다섯 명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타 카드사 사용률에 비교해 높은 축에 속한다. 또한 다른 금융사들도 기존 다른 카드보다 캐릭터 카드의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의 경우 디즈니·마블 캐릭터 카드 사용률이 기존 타 카드 사용률(30.7%)보다 20%나 높은 51.2%를 기록했다. KB국민 청춘대로 톡톡카드도 기존 카드보다 사용률이 10%가량 높았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캐릭터 카드를 출시한 이후 카드 전체 평균 사용률이 67%나 올라 실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m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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