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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서민만 피 보는 규제의 역설…"자산가·중산층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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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이달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주택시장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 장만을 위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주택담보대출밖에 없는 수요자의 경우 정부 대책으로 집 구매가 어려워지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현금 부자들은 앞으로 인기 지역의 주택을 사들이기 더 편해져 자산수준과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큰 서울이나 수도권 집값은 올랐지만, 지방 집값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정부가 부동산시장 금융규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DB



◆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1.2% 올라, 6개 광역시 평균은 0.23%

서울 집값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평가받는 8·2 부동산 대책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0.34%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은 1.2% 올랐고, 경기 성남과 안양 등은 각각 1.61%, 1.47% 상승했다. 부산과 대구, 대전 등 6개 광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0.23% 오르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서울과 수도권 유망지역 주택시장 열기는 꺼지지 않은 셈이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단지 청약 경쟁률도 수십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삼성물산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 공급한 ‘래미안 DMC 루센티아’는 평균 15대 1, 강남구 개포동에 공급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는 41대 1,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 선보인 ‘신반포센트럴자이’는 무려 168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30%로 줄어들며 많게는 수억원 정도의 현금이 있어야 신규 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는데, 이 정도의 현금을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수요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자치구별 집값 상승률이 엇갈린 것도 눈에 띈다. 재건축 규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강남구와 서초구도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0.93%, 1.15% 올라 강남권 평균 상승률(1.2%)과 큰 차이가 없었고, 강북권의 경우 광진구와 마포구, 용산구가 각각 1.82%, 1.76%, 1.6% 상승하며 강북권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과 지방뿐 아니라 서울 자치구 안에서도 중산층 밀집 지역의 집값이 평균 상승률을 웃돈 것이다. 업계는 현금 동원력이 좋은 부자들이 유망지에 몰리면서 자치구별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산가 주택시장 눈독…주택시장 양극화 심화될 수도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 8·2대책으로 서울 전역의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로 줄어들어 일단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을 낼 수 있는 총액이 줄어든 데다 가계부채종합대책으로 마이너스대출 등의 신용대출이 대출 상환능력에 포함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 앞으로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내기 쉽지 않다. 반면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는 상황이 다르다. 유망지역 주택시장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집값 격차와 선호도가 더 엇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금융규제를 버티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되면 무주택자보다는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자산가들이 이들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이런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집단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경우 미계약 물량 36가구가 추첨 계약을 시작한 지 단 15분 만에 모두 판매됐다.

분양시장도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과 비교해 LTV, DTI에 대한 이점이 있지만, 오히려 서울보다 청약경쟁률은 부진하다. 일부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만 수요자들이 몰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9716가구로 전달보다 19.8% 감소했지만, 지방은 4만3414가구로 3% 늘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무주택자나 기존에 빚을 지고 있는 중산층의 주택 구매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며 “자산가와 중산층 사이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서울과 지방, 강남권과 비강남권 등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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