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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월세 받는 다가구주택, 노후 대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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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새 지대상승으로 다가구 매물 늘어…"대출규제로 실투자금 껑충, 거래위축 불가피"]

머니투데이

서울시내 다가구 등 단독주택 밀집지 전경 @머니투데이 DB.


#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임대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다가구주택 매입을 물색 중이던 직장인 A씨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 발목이 잡혔다. 당초 계약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매매가 11억원의 서울 성북구 3개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살 수 없게 된 때문이다.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직접 들어가 살면서 나머지 2개층의 원룸과 투룸 총 4가구를 전·월세로 임대할 생각이었다. 1가구 1주택이니 세금 걱정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팔고 마땅한 주택을 물색하는 사이 정부가 가계부채를 위해 대출을 옥죈 게 문제였다.

지난해만 해도 실투자금 4~5억원에 매입할 수 있었던 다가구주택이 이제는 최소 7~8억원 이상은 확보돼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 A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은행에 문의해보니 다가구주택 대출이 어려워져 전세를 끼면 매매가의 20%도 대출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며 "내년에 규제가 더 강화되면 퇴직과 동시에 다가구주택에 들어가 월세를 받으며 살겠다는 노후 대책이 물거품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26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억제하고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책정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퇴세대의 대표적인 '수익창출원'의 하나로 꼽히는 다가구주택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 중 지하를 제외한 3개층 이하 규모에 주거용 면적이 660㎡ 이하, 19가구 이하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뜻한다.

층, 호마다 집주인이 다른 다세대주택과 달리 다가구주택은 여러 층이라도 집주인이 한 명이고 전 가구를 전·월세로 임대하거나 주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일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흔히 운영된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서 살면서 일부 층을 임대할 경우 다른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라면 1가구 1주택으로 분류된다.

최근 2~3년간 주택시장 호황기에 서울 시내 다가구주택들은 임대소득은 물론 땅값이 급등하면서 하나 둘씩 매매가를 높여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역세권 중심지의 다가구주택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품귀를 빚고 있지만 대학가 인근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서울 시내 다가구주택 매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매매가격은 지대상승을 반영해 크게 오른 반면 대출받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적용받는데 아파트만큼 환금성이 높지 않아 시세가 아닌 별도의 감정평가액으로 대출 가능액을 산정하다보니 실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 이전 아파트가 시세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었을 때 다가구주택은 감정평가액의 50~60% 선에서 대출이 진행됐다"며 "현재 아파트가 4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다가구주택은 최대 20%까지 가능하고 내년부터 대출규제가 더 강화되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내년 신 DTI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으로 대출이 한층 더 어려워지면 다가구주택 시장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주택을 1채 보유한 경우 추가대출금액이 현격히 줄어드는 데다 은퇴자의 경우 소득이 거의 없거나 낮아 대출한도가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다가구주택 인기는 꾸준한 편이지만 실투자금이 단기간에 거의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한동안은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며 "다가구주택을 주로 매입하는 중장년층의 대출이 더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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