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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인호 무협 회장 사임…"정부 사임 메시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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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사임은 20년 만에 처음…민간단체 압력 논란 소지

문재인 정부, 주요 기관장 '물갈이' 속도

"전문성·능력 갖춘 인사는 임기 보장해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주요 기관장들에 대한 ‘물갈이’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성향에 맞춘 기관장 교체가 바람직하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24일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 놓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역협회장이 임기 도중 하차한 경우는 구평회 회장(1994년 2월~9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가 밝힌 공식 사퇴 이유다.

그러나 김 회장은 사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최근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경제 전반, 산업과 기업, 무역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과 본인이 가진 생각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전 정부 때 취임한 김 회장은 시장경제를 중시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는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가 그간 무역협회장 인선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유력 후보를 추천해왔지만, 무역협회는 민법상 사단법인이다. 민간경제단체에 정부가 임기 만료 전 사임을 요구했다는 것은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고,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도 “금시초문이며, 적어도 우리 부처에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 외에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중 상당수가 자진사퇴를 했거나 검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최근에는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백창현 한국석탄공사 사장도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은 감사원으로부터 채용비리 혐의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감사원 감사 결과나 검찰 조사가 기관장 교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집권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주요 기관장들에 대해 직접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새로운 통치철학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기관장 교체의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일괄적으로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이거나 기관장이 임기를 마친 공공기관은 50여곳에 이른다. 기관장 물갈이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통령 선거 논공행상에 따라 기관장에 대한 인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실 임기가 남은 주요 기관장이 정권 교체 후 사퇴 압력을 받는 것은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이벤트다. 하지만 단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명예 낙인을 찍으며 쫓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누가봐도 낙하산인 인사는 교체할 수 있지만, 전문성과 능력을 검증받은 인사는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좋다”며 “이런 방침이 전 정권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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