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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매몰비용 1兆·법적근거 미비… 탈원전로드맵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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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법원 압박 모양새… 전문가 "에너지정책 절차적 정당성 맞춰 추진해야" 우려]

머니투데이


정부가 24일 내놓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원전 없는 나라’ 달성을 위한 청사진이다.

새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은 곧바로 영구정지해 가동원전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건설 백지화에 따른 원전 매몰비용 논란과 전력수급 불안정 가능성 등 부작용 역시 적지 않을 전망이며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건설계획이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에 투입된 비용은 3402억원이다.

신한울 3·4호기에 종합설계용역비 등 2703억원이, 천지 1·2호기에 부지매입비 등 699억원이 들어갔다.

삼척(대진 1·2호기)이나 영덕(천지 3·4호기)에 건설될 원전 2기의 경우 예정부지 물권 조사에 수 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 백지화를 확정하면서 고스란히 매몰비용(의사결정 변경으로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제는 매몰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등에 따르면 매몰비용은 건설지역지원금(1780억원)과 협력사 배상비(3500억원) 등을 포함해 약 9000억원~1조원으로 추정된다.

손 의원은 “탈원전 에너지정책 변화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 들기 때문에 국민과 국회 동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매몰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나 한수원 예비비 등이 투입될 가능성이 큰데 사실상 국민세금 투입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계약 당사자간 정확한 계약내용을 살펴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범위 내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분쟁 가능성을 예고했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을 금지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사업자(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신청할 경우 규제당국(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정성을 검토해 인허가를 내주도록 돼 있다.

계속운전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지난 6월 영구정지한 고리 1호기처럼 사업자가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도록 규제하거나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업자 규제의 경우 자산가치가 남아있는 자산을 인위적으로 상각하는 형태가 돼 배임·횡령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법 개정 역시 탈원전 정책에 대해 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월성 1호기의 문 대통령 임기내 조기 영구정지도 문제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30년)이 2012년 11월 끝나면서 운전을 정지했다가 안전성을 심의해 2015년 2월 수명연장(10년) 결론이 났다. 2022년 11월 수명이 끝난다.

현재 수명연장 무효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데 법원이 피고인 원안위와 한수원의 손을 들어 주면 중간에 원전 가동을 중단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월성 1호기 조기 영구정지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탈원전에 따른 전력수급 공백도 우려한다. 탈원전 로드맵을 계획대로 이행하면 국내 가동원전 수는 현재 24기에서 2022년 28기로 늘었다가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단계적으로 감축된다.

2038년까지 전력수급에서 이탈하는 원전은 22GW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총 설비용량(105.9GW)의 20.8%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 20%로 확대해 전력공급을 전력수급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설비불확실성이 큰 재생에너지 특성상 변수가 많다. 태양광 패널의 카드뮴·납 등 폐기물 문제와 난개발 문제도 숙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되 탈원전을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신고리 5·6호기가 2022년에 준공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미션은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결정하고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 교수도 “에너지정책은 하나하나가 정당성 있게 법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과연 그렇게 해야 하는가는 정책적 측면에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세종=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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