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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왜냐면] 공론화위 이후 에너지 전환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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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현기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는 재개하되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의 축소를 권고했다. 공론조사 운영상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문제점과 한계를 보였지만, 중대 정책을 시민의 숙의 과정인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발전된 사회적 합의 모델에 찬성하며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한다.

시민참여단은 건설 재개 찬성 이유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원전의 안전성, 전력 공급의 경제성 등을 꼽았다. 또한 공론화위는 건설 재개에 따른 보완 조치로 원전 안전기준의 강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조속한 사용후 핵연료 해결 방안의 마련 등을 권고했다. 특히 사용하고 대책 없이 임시저장만 하고 있는 핵폐기물은 미래세대를 넘어 차세대 인류에게까지 비용과 위험을 떠넘긴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편, 공론화위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신규 원전의 건설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하지 않으며 연장 운영 중인 원전은 조기 폐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상황은 전력 소비가 많은 계절에도 충분한 양의 전기가 남아돌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업용 전력의 가격이 현저히 낮고 산업용 전력 소비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1인당 산업용 전력 소비는 대부분 정체 상태이거나 감소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만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싼 가격으로 전력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버리고, 전력 소비의 효율을 높여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와 우라늄의 수입으로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외부 상황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고 국내의 다양한 에너지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집중화, 편중화된 에너지 정책에서 분산화, 다양화하는 ‘에너지 정책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현재 여러 기의 원전 및 석탄 화력을 건설하고 있고 건설할 예정이다. 보다 엄밀하고 정확한 예측과 계획이 필요하며, ‘전원개발 촉진법’ 등 관련법을 성숙된 민주주의에 걸맞게 고쳐야 한다. 지금까지 잘못된 예측으로 진행된 사업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많았듯 예측이 빗나가면 ‘전력 4대강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발표된 ‘미세먼지관리 종합대책’ 중에는 발전 부문에서 공정률이 낮은 석탄발전소를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대선 공약에서 후퇴한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최종승인이 나지 않은 4기(당진2, 삼척2)는 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공정률이 낮은 5기(신서천1, 고성2, 강릉2)에 대해선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쳐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공장 굴뚝의 연기는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여겼었다. 미래는 변한다. 당장의 편의와 경제 논리적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건강과 안전,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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