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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왜냐면] 급식은 교육이고, 급식노동자도 교육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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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명옥
경기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전국의 학교급식 노동자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로서 파업은 이들의 권리이다. 이들의 파업은 학교급식이 종종 사회문제로 주목받는 데 한몫한다.

학교급식 문제를 몇 가지로 나누면 이렇다. 첫째 식단 및 위생, 둘째 학교급식 담당자 부정행위 등 관련자 비리, 셋째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이 밖에 학교급식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가 거의 매일 발생, 누적,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문제는 모두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편협한 인식이 낳았다고 여겨진다.

교육 현장의 가장 약한 고리가 학교급식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식은 ‘교육활동’이 아니라 그림자 노동일 뿐이다.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많은 기업은 학교급식을 통해 미래의 ‘고객’이 될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학교 밥상은 가공식품 전시판이 돼 가고 있다. 이러한 식품 환경에 일부 영양(교)사들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협조하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영양교사로서 가끔 불거지는 비리 사건 등을 접하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전통음식을 이어가는 등 아이들을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야 할 학교급식이 그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본다. 건강하지 못한, 자본이 학교급식을 겨냥하는 것만은 막았어야 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이 행복할 권리, 경자유전의 법칙, 농어업인의 육성 원칙 등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학교급식을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었다. 보다 적극적인 학교급식 정책을 통해 친환경 농업을 견인하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의 시름을 달래고 영농의식을 북돋울 수 있도록, 교육정책과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했다.

교육정책과 농업정책의 상호 이해와 협력 없이 시장논리로만 실시되는 학교급식은 필연적으로 자본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식생활에서 아이들을 단순히 가공식품 소비자로 길러낼 뿐이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처럼, 제대로 된 학교급식 교육정책이 없다면 차라리 급식을 하지 않는 편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 필요할지 모른다.

이제 급식노동자 총파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파업을 보는 우리 사회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명백히 옳지 않은 시선이다. 이들의 파업은 급식 문제가 아니라 노동 문제이고 이들의 생존 문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정부가 연봉 산정에서 ‘조삼모사’의 꼼수를 부리려 하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학교)에서 같은 일(교육)을 하면서 급여는 교사의 3분의 1, 아니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차별적인 사회, 이것은 현대판 노예제도나 다름없지 않을까.

이렇듯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질 좋은 학교급식을 바란다는 것,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책임 운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간혹 학교장 등 일부 교사는 파업하는 급식노동자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갖기도 한다. 학부모야 당장 자녀가 밥을 굶는 것이 안타까워서 파업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일하는 동료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불편한 마음만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이란 본질적으로 모든 인간, 아니 인간을 넘어 자연과 사물이 ‘함께 공존하는 평화로운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교육자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의 행위에 대해 편협한 가치관을 가지고 이들을 응원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이제 우리는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급식노동자도 교육노동자이며, 이들의 파업은 권리이자 삶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교육’에서 학교급식을 누락시키지 말라. 여러 가지 학교급식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교육급식으로의 대전환이다. 학교급식 제도를 없애지 못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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