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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그림 속 고흐와 인사 하실래요"...그림 테마파크 연 조웅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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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2000만원 들고 창업해 실패 맞봐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5425로 재기

2004년 충청권 주류회사 선양 인수

"남들 따라올 수 있는 것 만들면 안돼"

'사람과 사람사이'란 사업 철학 명함에 적어

"기업도 신뢰란 사회적 자산 필요한 시대"

중앙일보

산소 소주 'O2린'을 생산하는 충청권 주류 기업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 조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는 이달 28일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웃렛에서 문을 연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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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눈으로 보지만 말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체험할 수 없을까.”

이달 28일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웃렛 11층에 문을 여는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는 조웅래(58)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검은색 아식스 운동화와 타미힐피거 청바지 차림이었다.

“라뜰리에 직원들에게 주문한 건 딱 한 가지였어요. ‘돈 많은 기업이 카피하지 못하도록 디테일을 더해라’고 말했어요.” 악수를 청한 조 회장이 말했다.

라이트(lightㆍ빛)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의미하는 아틀리에를 합성한 라뜰리에는 그림 속 풍경과 소품을 현실로 가져와 영화 속 세트장과 비슷하다. 고흐가 1888년 완성한 밤의 카페 테라스를 느낄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재현된 방에 들어서면 연못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프로젝터 10대가 영상을 쏘고 은은한 수련 향을 뿌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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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현대시티아웃렛 11층 라뜰리에에서 만날 수 있는 고흐의 방. [사진 맥키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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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7년간 150억원이 들어갔다”며 “온라인 게임에서 활용하는 게임엔진과 가상현실 기술을 가져와 작품 속 고흐와 대화할 수도 있고 움직이는 명화를 감상할 수도 있어요”고 말했다.

산소 소주 ‘O2린’을 만드는 충청권 주류 기업이 맥키스컴퍼니가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별거에요.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이런 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결국 4차 산업혁명 아니에요. 홀로그램과 가상현실이 라뜰리에 곳곳에 들어가 있고 그동안 90여 명을 채용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라뜰리에는 조 회장의 전공과 무관치 않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무렵 삼성전자를 떠나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나만의 회사를 세우고 싶었어요. 92년 2000만원을 가지고 창업해서 94년에 자동응답기 음성처리보드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는데 대기업에서 비슷한 제품을 미국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접어야 했어요.”

조 회장은 “잘 망해봐야 재기도 할 수 있는데 나는 잘 망한 케이스였어요. 남들이 따라올 수 있는 걸 만들면 안된다는 걸 배웠으니까”라고 말했다.

‘소리를 선물한다’는 컨셉트를 내세운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700-5425’가 인기를 끌면서 조 회장은 재기에 성공한다. 2004년에는 주류회사 선양(현 맥키스컴퍼니)을 인수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사업 철학을 명함에 적어놨다. ‘사람과 사람사이’란 짧은 문구다. 그는 “벨소리도 술도 라틀리에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공통점이 있죠”라고 말했다.

2006년 조 회장은 대전 계족산에 14.5㎞에 달하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황톳길 관리와 숲 속 음악회 등에 매년 10억원 가까이 들어가지만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황톳길을 만들겠다고 하니 회사 노조에서 ‘회장이 돌았다’고 했어요. 이제는 노조에서도 제 진정성을 알아줘요. 이직률도 제로에 가까워요. 10년이 넘어가니까 지역 주민들도 제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계족산 황톳길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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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소주 &#39;O2린&#39;을 생산하는 충청권 주류 기업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 조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는 이달 28일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웃렛에서 문을 연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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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사회적 자산을 강조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인적ㆍ물적 자산만 강조했을 뿐 사회적 자산에는 주목하지 않았어요. 핵심은 신뢰에요. 신뢰는 단시간에 만들기 힘들지만 한 번 만들어 단단해지면 그만큼 깨지기 힘들어요. 황톳길은 삼대가 손잡고 걷는 곳이 됐어요. 라틀리에도 삼대가 손잡고 찾아오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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