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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일본 중의원 개헌 세력 80%…‘전쟁 가능 국가’ 역사적 변곡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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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베, 개헌에 대해 “논의 심화해 합의 형성 노력”

선거 전 핵심 공약 제시…내년 개헌안 국회 발의 유력

낮은 내각 지지율 등 아직 장애물은 남아 있어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전체의 80%가 넘는 의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이 2차대전 이후 유지해온 평화국가 체제에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

23일 개표 결과, 자민·공명 집권 여당은 중의원의 헌법 개정 발의 정족수 310석(의석의 3분의 2)을 넘는 313석을 얻었다. 개헌에 긍정적인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까지 합치면 374석으로, 전체 465석 중 개헌파가 80%가 넘는다. 아베 정부는 선거 전에도 여당만으로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점하고 있었지만, 사학법인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아베 총리의 지도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회복함으로써 개헌 동력을 되살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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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내에서 논의를 심화해 (국회에 설치된) 헌법심사회에 당의 안을 내고 싶다.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게 합의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헌에 의욕을 보였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의 핵심 공약에 개헌을 명기했다. 자민당은 이날 공명당과 교환한 연립 유지 합의 문서에 개헌과 관련해 “국민적 논의를 심화해 합의 형성에 노력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교도통신> 등은 자민당의 개헌 발의가 현실감을 띠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은 2차대전 후 헌법 제9조에 전쟁 포기를 명기해 ‘평화국가’ 체제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1954년 일본 정부가 실제로는 군대와 다름없는 자위대를 창설했지만, 일본 보수 주류도 ‘전수방위’(오로지 방어만 함)와 평화주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냉전 해체와 중국의 부상 속에서 일본 정치의 보수화는 점점 강해졌고, 2012년 말 ‘전후체제 탈각’을 내걸고 출범한 아베 정부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아베 정부는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제 통과를 강행해 전후 평화국가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에 “2020년까지 평화헌법 제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하는 개헌안을 시행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개헌안이 실현되면 일본은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전후 평화체제에서 벗어나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긴장도 높아지게 된다.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군비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다.

평화주의를 뒤흔드는 아베 정부가 장기집권하는 이유에 대해 문예평론가인 가토 노리히로는 <아사히신문>에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근대 일본에선 ‘국난’ 때 배외사상이 높아지는 80년 주기가 반복돼왔다. 최초는 페리 내항을 계기로 ‘존왕양이’(일왕을 받들고 오랑캐를 배척한다) 사상이 있었던 1850년대이고, 이후는 1930년대 ‘황국사상’(일본은 일왕의 국가라는 사상), 그리고 다음이 2010년대의 ‘혐중혐한’이다. 아베 정권이 이런 배외적 공기를 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일인 22일 오만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겸손한 말투로 ‘2020년 헌법 개정 제안이 스케줄을 못박은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2020년 개헌 목표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아베 정부는 개헌안을 내년 국회에서 발의할 확률이 높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2019년에는 참의원 선거와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어 개헌 발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헌안의 국민투표까지는 아직 몇 단계가 남아 있다. 우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데, 창가학회가 모태인 공명당은 ‘평화의 당’을 자처하는 정당으로 헌법 제9조에 손대는 것에 소극적이다. 내각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벽이다.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대안 부재와 야권 분열 덕분이지, 아베 정부 지지율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엔에이치케이>(NHK)의 이달 조사에서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4%로 지지한다는 응답(39%)보다 높았다. 지난달 내각 지지율 44%(비지지율 36%)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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