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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19>美서 日 ‘스시’ 성공했지만 한국 음식점 적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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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The essence of America - that which really unites us - is not ethnicity, or nationality or religion - it is an idea - and what an idea it is: That you can come from humble circumstances and do great things.’ (미국을 통합시키는 정수는 인종도 국적도 종교도 아니다. 그것은 발상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출발했더라도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가 한 말입니다. 흑인 그리고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행정부의 톱3 위치까지 올랐으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 대도시마다 한인타운이 발달돼 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건너온 한국 이민자들이 일군 곳이죠.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로스앤젤레스(LA)에는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습니다. 이곳엔 방송인 강호동의 체인 고기집부터 CGV 극장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LA 유학생활 동안 저도 자주 한인타운에 갔습니다. 편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도 있었죠. “좀 더 깨끗하면 안 될까” “좀 더 친절하면 안 될까” “좀 더 미국-프렌들리하면 안 될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답니다. 필요해서 갈 뿐이지 별로 오래 머물고 싶은 분위기는 아니었죠. 미국 손님은 별로 없습니다. 무질서해 보이고 불친절한 분위기를 좋아할 리 없습니다.

워싱턴에도 한인타운이 있긴 합니다. 교외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애넌데일 지역인데요. LA 한인타운과 텔레파시가 통한 것인지 워싱턴 한인타운 역시 ‘올드’합니다. 한인타운 음식점에 별로 미국인 친구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였죠. 영어 메뉴판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영어로 돼있는 곳이 많습니다. 위생적으로도 부실한 편이었고요.

우래옥이라고 애넌데일 한인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한국음식점이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유명인들이 찾는 곳. 국내 언론에도 심심찮게 등장한 적이 있었죠. 이곳은 비교적 미국식 식당 구조와 서빙 문화를 갖고 있어 미국인 손님이 많습니다. 다만 한인타운의 다른 음식점이 음식 맛이 더 뛰어나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한인타운에 갈 것 같지 않습니다. 한인타운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니까요.

워싱턴 시내에는 일본, 중국 음식점도 많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국 주류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스시’로 대변되는 일본 음식은 미국인들 사이에 ‘고가(高價)의 별식’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박혀 있습니다. 고급화 전략이 성공한 거죠.

반면 워싱턴 시내에 한국 음식점은 없습니다. 사실 한인타운의 한국 음식점이 워싱턴 시내로 진출해 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한다면 별로 경쟁력이 없을 듯 합니다. 한국인끼리는 불친절한 것도 지저분한 것도 서로 이해할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그럴 리 없기 때문이죠. 한국 이민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곳이 한인타운이지만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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