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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시집가면 조신해야?” 네이버 사전 일부 예문에 여성혐오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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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네이버 국어사전 갈무리]




네이버 어학사전의 일부 예문에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쓰인 것으로 확인돼 네이버 측이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2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어학사전 일부 예문에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며,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국어사전에 '조신하다'를 검색하며 '시집을 가면 조신해야 한다'는 예문이, '백치미'를 검색하면 '백치미가 있는 여배우'라는 예문이 뜬다.

이 밖에도 영어사전 예문 중 "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남자는 늠름한 남자가 제일이고, 여자는 예쁘고 상냥한 여자가 제일이다"(일본어 사전) 등의 문장도 있었다.

또 외국어 대화 문구를 통해 영어학습을 하는 '오늘의 회화'에는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젠더폭력'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대화문이 아무런 검증 없이 실려있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네이버 측이 사설 중국어학원으로부터 받은 여성 A와 동성 친구 B의 대화다.

대화에서 B가 A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고 묻자 "엉망진창이야, 내 전 남자친구가 줄곧 전화해서 날 괴롭혀"라고 답한다. 그러자 B는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반문한다. 엄연한 범죄인 '스토킹'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외에도 남녀 간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대목도 있다. 영어사전에 '기계'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상위 노출된 예문 중 56개의 주어가 남성(the man)인 문장이다. 즉 "남자들이 기계를 고치고 있다"고나 "남자들이 자재를 기계에 넣고 있다"는 식이다. 반면 여성을 주어로 하는 문장은 8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한 여성이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자가 재봉틀을 작동하고 있다" 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는 예문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네이버 측은 "어학사전 서비스가 사전을 제작·출판 제작하는 업체들이 과거 만든 내용을 통째로 가져온 것이다 보니 시대에 맞지 않는 예문들이 그대로 게재돼 있다"며 "사용자들이 꾸준히 성차별적 예문을 지적하고 있어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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