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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기고]연구장비 산업 육성으로 과학기술 강국 실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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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세계 수준의 우수한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기 분야에 투자와 지원을 지속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창의성 기초 연구 및 원천 기술 개발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자신문

독일과 일본은 제조업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과기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기 분야 제조업 기반 기술이 매우 취약하다. 장비나 부품도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장비 구매 비용으로 한 해 약 700억~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외국산 연구 장비가 약 69%(2017년 8월 기준)를 차지한다.

이처럼 연구 장비 해외 구입 비율이 높아지면서 국산 장비 개발의 필요성이 지속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연구 장비 산업은 과기 경쟁력 확보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산업·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 정부 지원과 더불어 산·연 협력을 통한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올해부터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보급형', 미래를 이끌어 갈 '선도형', 세계에서 유일한 장비를 만드는 '도전형'으로 분류해 연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보급형으로 추진하고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은 2019년에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전자현미경은 전자선을 사용해 물질의 내부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최대 150만배 배율로 단일 원자까지 직접 볼 수 있다. 신소재 및 의·생명 분야 나노 연구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현재 국내에 1000여대가 있지만 대부분 외국산이다. 도입 비용은 물론 유지보수 비용도 비싸 일반 실험실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급형 TEM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연구원은 보급형 TEM 국산화를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시료에 자극을 최소화해 양질의 빔을 쏠 수 있는 전자총과 의·생물 시료 전 처리 과정 없이도 충분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저가속 전압 기술 등 나노 구조 형상에 필요한 핵심 필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과는 시료 스테이지와 정밀 이동 기술을 개발하고, 국산 전자현미경 업체인 코셈과도 시장 조사 및 수요 발굴을 하는 등 우수한 성능과 활용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산 연구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산업체, 연구기관, 대학이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 첨단 연구 장비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 과기 및 지식 집약형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부가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2019년에 국산 TEM 장비가 개발되면 나노 수준의 구조 분석과 약물 전달 과정을 규명, 신약 탐색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 구조 분석으로 기업 제품 개발과 분석 경쟁력을 향상시키면 신소재 개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학교나 병원 등 실험실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형 고가 장비를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도 제품 개발, 품질 평가 등 분야에서 안정된 연구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기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에는 장비 개발자도 있고 창의 연구를 개척해 나간 사례도 많다. 국산 보급형 TEM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은 다른 분석 과학 장비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 내용을 살펴보면 X선 장치를 비롯해 전자현미경, 질량 분석기, 펨토초 레이저, 자기공명장치, 입자 검출기 등 연구 장비 관련 기술 개발자가 많다. 과기 선진국에서는 직접 개발한 장비를 활용, 남보다 빨리 창의 연구를 개척해 나간 사례가 많다. 연구 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과기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진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소재분석본부장 jjintta@kb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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