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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일본총선]'트럼프 극장'으로 승리한 아베,한국에의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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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선거운동 제1화두는 "트럼프와 내가 제일 친하다"

트럼프, 아베 총선 압승 축하 위해 일부러 전화 통화

트럼프와 아베의 스킨십,11월초 일본 방문때 극대화

미일 정상 밀월 관계속 코리아 패싱이 더 부각될 수도

전문가들 "트럼프, 아베 말외엔 들으려 하지 않을 것"

#1."필요할때면 언제나 전화를 할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지난번엔 유엔총회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납치 피해자인)요코다 메구미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엔 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중의원 선거 전날인 21일 밤 8시 마지막 유세 장소인 도쿄 아키하라바 역앞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렇게 외치자 청중들로부터 “잘했다”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로부터 3시간 전, 나고야시 가나야마역 남쪽 출구에서 마이크를 잡은 아베 총리의 말은 더 노골적이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메구미 이야기를 해줘 너무 기뻤다. 그 뒤 정상회담을 할 때 ‘11월에 일본에 오면 메구미의 부모를 만나 납치 문제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트럼프는 ‘신조, 알겠다. 참 슬픈 얘기다. 미국은 전력을 다해 납치문제 해결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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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방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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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유세 3시간전에 진행된 기후현 유세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가는 곳 마다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는 중의원 선거 운동기간 내내 아베의 고정 레퍼토리였다. 그래서 "아베의 유세장은 트럼프 극장"이란 말까지 돌 정도였다.

#2.다음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중의원 비례대표 선거용으로 TV에 내보낸 ‘정견 방송’ 의 일부다.

연예인 출신의 참의원 미하라 준코와 아베 총리 사이엔 이런 대화가 오갔다.

^미하라="2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두 분이 나란히 서서 의연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아베=“그때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에서 세계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만찬때 미사일 발사 1보가 들어왔다. 내가 기자들에게 무언가 답을 하기 위해 나가려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신조,함께 가자’고 말하더라. 그리고는 '미국은 100% 일본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해주었다.”

^미하라=“미국의 대통령과 그런 관계를 구축한 건 총리는 아베 총리가 처음이죠?”

#3. 중의원 선거 다음날인 23일 오전 11시 30분부터 3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화 통화를 했다. 아베 총리의 압승을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이 먼저 요청해 성사된 통화다. 일본 총리 관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가 "선거에서 대승한 걸 축하한다. 강한 리더가 국민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에 아베 총리는 "실제로는 아주 길고 험한 선거전이었다"며 감사 표시를 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선거전에선 '북한의 위협에 대해 흔들림 없는 양국 동맹을 기반으로 가능한한 최대의 압력을 가해 북한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모든 유세에서 강하게 주장했다"며 "2주후 대통령의 방일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 때 북한 문제등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방일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초 일본 방문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아베 총리가 10월22일 중의원 선거 실시를 결심한 걸 두고 "트럼프의 방일을 일종의 배수의 진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강력한 연계를 무기로, 안보 문제를 최대 이슈로 만들어 야당 지도자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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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총리(오른쪽)가 지난 2일 도쿄의 한 선거구에서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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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아베 두 사람의 밀월은 11월 5~7일로 예정된 트럼프의 방일 기간중에 가장 극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3위 마쓰야마 히데키까지 동참시키는 등 아베 총리가 정성을 들여 준비한 골프 라운딩을 비롯해 '오모테나시'로 불리는 일본식 최고 대접을 트럼프에게 선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밀월관계가 더 부각될 수록 한미 정상들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처음엔 방한 없이 일본만 가고 싶어했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한ㆍ미 동맹에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설득해 방한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의 공통된 이해가 더 공고해지고,이를 뒷받침할 미국과 일본 정상의 개인적인 스킨십이 깊어질 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적 견해차로 시작된 ‘코리아 패싱’논란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동아시아 정책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다른 설명을 하더라도 트럼프는 아베 총리의 말을 더 들으려 할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아베 총리와 비슷한 강경론쪽에 치우쳐 있는 듯하게 보이는 것도 양국 정상의 강력한 신뢰관계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난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른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아베가 추진하는 개헌의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대북 공조에 제동이 걸리거나 영향을 받을 상황은 아니다"라며"개헌 등의 문제들 때문에 일본과의 공조를 약화시키는 건 결국 국익 차원에선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추진 등 아베 총리의 일본 국내적 리더십과, 한일간의 대북 공조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승욱ㆍ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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