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신율의 정치 읽기] 박근혜 탈당發 보수 정계개편 가능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바른정당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은 유승민(사진 왼쪽), 주호영 바른정당 의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침내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핵심은, 자신은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며 그래서 더 이상 재판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을 보이콧하겠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 언급을 종합해보면, 지금 보수 진영이 최소한의 반격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과연 박 전 대통령 탈당 시도를 무산시키고, 보수 진영 결집을 유도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움직임은 보수 진영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진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에 대한 대응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 대 당 통합을 할 경우, 정치권에서는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일단 자유한국당이 원내 제1당으로 등장한다.

원내 제1당이 바뀌면 정치판은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 먼저 후반기 국회의장이 야당 몫으로 돌아간다. 중요 상임위원장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야당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여당은 자신의 역할을 하는 데 한계를 갖게 된다. 이 같은 판도 변화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계 개편 수준을 넘어, 정치판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렇게 되겠는가’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보수 통합에 상당히 열심이다.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위원장에 바른정당에 있다 복당한 홍문표 사무총장과 김성태 의원, 그리고 이철우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당 권고도 내려졌다. 그러니까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걸림돌을 미리미리 제거하겠다는 의도인데, 문제는 지금 박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마당에 박 전 대통령 출당의 여파다.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본인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런 홍 대표의 언급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가진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 수 있는 상황에서 탈당 권유 의결로 보수층 중 일부가 자유한국당 지지를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준표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탈당을 계속 밀어붙인 이유는, 원내에서 자신들 목소리를 높이는 데 치중해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 존재감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지지층의 결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지금보다 활력 있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핵심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바른정당에 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바른정당 내에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이 있기는 하다. 김무성 의원과 황영철 의원 등이다. 하지만 이혜훈 전 대표를 비롯한 하태경 최고위원 등은 통합에 반대한다. 무엇보다 유승민 의원이 결사반대다.

이들 자강파의 논리는 이렇다. 먼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든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오차 범위 내의 지지율 차이를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석 수 차이를 고려해보면, 바른정당이 오히려 자유한국당보다 정치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 밑에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상태에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통합하면, 자유한국당만 좋은 일 해주는 꼴이 된다고 본다. 한마디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극우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자신들은 그렇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중도 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고 그럼 중도층의 지지가 가세해 나름의 정치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통합 문제가 직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은 차기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생각하면 자유한국당 내에서의 경쟁보다는 바른정당 내에서의 경쟁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지금의 자유한국당 이미지는 본인 이미지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바른정당 내 통합파는 권력 분산형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그렇다. 때문에 개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바른정당 내 통합파는 권력 분산형 개헌을 연결고리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바른정당 의원을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눠보면 자강파가 약간 수적으로 우세하다. 통합파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7명 정도고, 자강파는 9명 정도 그리고 관망파는 4명가량으로 분류된다. 통합파는 통합파대로, 자강파는 자강파대로 관망파에 속하는 4명의 의원을 어떻게든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할 것이다. 분명한 점은 자강파가 통합파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파는 개별 탈당도 고려할 수 있다. 통합파가 관망파 의원 전원을 자기 쪽으로 만들기는 힘들 것이고, 그래서 탈당을 감행한다면 최소 7명에서 최대 9명 정도 의원이 동참할 것이라 예상한다.

최대 9명의 의원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간다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수는 116명이 된다. 이 숫자는 자유한국당 위상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소 120명은 돼야 국회선진화법상 법안을 단독으로 저지할 수 있고, 122명 이상이어야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비롯해 원내 정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9명이든 7명이든 통합파가 탈당하면,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은 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국민의당 일부 의원과 합치는 것이다.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국민의당 의원 대부분은 안철수 대표 쪽일 것이고, 호남 쪽 의원 상당수는 이런 통합에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같은 당내에 안철수와 유승민 두 명의 유력 대권 후보가 존재하게 된다는 점 역시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당의 생명력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은 살아남기 힘들다. 유력 후보가 한둘도 아니고 4명씩이나 존재하는 정당이라면 보다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유력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려 할 텐데, 이럴 경우 치열한 경선을 치러야 할 뿐 아니라 대선 후보 경선 이전까지 자신만을 드러내기가 상당히 힘든 환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통합이 가능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 호남 쪽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든다거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노골적으로 연정을 제안하고, 이에 호남 쪽 의원들이 호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반대할 것이고, 그래서 국민의당 역시 바른정당처럼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고, 바른정당 잔류파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쪽 의원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통합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국민의당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더 커진 더불어민주당과 지금보다 규모가 큰 자유한국당, 그리고 제 3당으로서의 중도와 중도 보수의 통합 정당, 이런 3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아무도 앞으로 정치판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내년에 있을 개헌에 영향을 주고, 대통령제가 존속할 경우 다음번 대선 판도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정계 개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계 개편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정치권의 이합집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30호 (2017.10.25~10.3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