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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79) 시즌 3<본부장이 금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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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은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것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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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less'라는 단어가 있다. 예전 영어 시험에 많이 나오던 단어다. 보기에서 very cheap를 고르면 오답이다. very expensive가 아마 정답이었을 것이다. 값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말인데 매우 재미있는 단어이다. 실제로 요즘은 ‘매우 웃기다’라는 말로도 쓰인다. 오죽하면 그렇겠는가. 시대를 넘어오면서 인간에게 이 priceless한 대상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토마스 칼라일은 인간은 세가지를 가장 동경하는데 이 세가지가 바로 'beauty', 'power', 'wisdom'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중 아름다움을 최종적으로 동경하고 이를 위해 힘과 지혜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것이 본래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 욕망의 실체인 것이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바로 고귀함의 추구이다. 고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권력과 지혜를 원하는 것이니 말이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석권한 가장 큰 의미가 바로 이 고귀한 존재라는 것에 대한 독점과 세습의 부정이었다.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에서 서자출신 귀족가문의 상속자인 피에르가 재력가이면서도 나폴레옹을 숭배한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기존 질서의 '귀함'에 대한 세습의 부정 말이다. 물론 극에서는 나중에 전쟁의 참상을 알고 나폴레옹을 부정하지만 말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은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가져온 최고의 집착이니 말이다. 프랑스 파리가 대혁명을 겪고 수많은 왕과 귀족들의 목을 자르고 시민의 도시가 된지 300년이 넘은 오늘날 전세계적인 명품의 도시가 된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서민들의 욕망도 결국 고귀함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이 고귀함을 얻고 싶은 욕망을 가로막는 모든 체제나 종교 이데올로기는 멸망했다. 유럽 귀족 질서의 몰락처럼 로마 카톨릭의 멸망은 종교 조직 내에서 신분제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공산주의의 몰락은 노동계급 내에서 신분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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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후 유럽의 '게임의 룰'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포커'게임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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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으로 전 세계는 지금 명품 러시다. 특히 신흥개발국에서 그 기세가 엄청나다. '이제 나도'라는 생각에 지금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난리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시작해서 대만,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을 거쳐 중국까지 온 것이다. 곧 있으면 동남아시아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특히 머리에 히잡을 쓰고 다니는 국가에서는 그것이 공식적으로 벗겨지는 시절이 호경기의 시대일 것이다. 사우디나 이란 등이 그 좋은 대상이 될 것이다. 유가가 더 폭락하거나 대체에너지 시장이 열리면 아마 곧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 세가지를 갖기 위해 돈을 가지려 했던 것이 16세기 대항해 시대의 시작이다. 여기에 기름을 뿌린 것이 로마 카톨릭이 그 권위를 잃은 것이다. 헨리키신저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질서의 시작이 30년 전쟁의 끝인 '베스트팔렌 조약'이라고 한 것은 정확한 말이다. 종교가 군림해온 구질서의 몰락을 가져왔으니 말이다. 스페인이 대항해 시대의 ‘퍼스트 무버’였음에도 그 주도권을 유지하지 못한 이유도 구질서편에 섰기 때문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다면 결국 혼자 외로운 밤을 맞이하는 법이다. 이 시기 유럽의 '게임의 룰'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포커'게임이다. 가장 높은 게 왕이고 그 다음이 하트(성직자)와 스페이드(기사), 다이어몬드(상인), 마지막이 클로버(농민)다. 시대의 축소판이다. 이것마저 무너트린 것이 나폴레옹이다. 물론 본인이 황제를 지칭하기 전까지 말이다. 우리가 '포커'나 카지노에 미치는 이유는 또 다른 차원의 '귀함'에 대한 동경이다. 가장 높은 패를 쥐고 돈을 따 결국 상대의 돈을 다 탕진 시키고 마지막으로 푸르게 빛나는 블루칩을 눈앞에 전리품으로 펼쳐두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며 마지막까지 음미하는 게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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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생기면서 단순히 그전에 없었던 시장이 열린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죽는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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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모든 상징이 여기 다 들어있다. 아름다움, 권력, 지혜의 향연이다. 그래서 도박에 미친 사람을 구제하기가 힘든 것이다. 아무리 예쁜 여자도 도박에 빠져 해쓱해진 남자를 유혹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미 더 귀한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을 방송에서 보다가 어쩌다 실제로 보면 하나같이 초췌하다. 한때 방송을 주름잡던 어느 유명 방송인도 정치인으로 수년을 보내고 나면 얼굴이 빛을 잃는다. 오로지 본인만 그것을 보지 못한다. 이미 그 세계의 아름다움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빼앗긴 것이다. 도박이나 정치뿐만이 아니다. 돈에 사로잡힌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식과 예술을 일견 존경받을 유일한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승부사적 기질이 필요 없는 분야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현장형 인재의 길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승부사적 기질이 바로 사업가적 기질이니 돈을 벌려면 반드시 이것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어본 사람으로서 말해주는 것이지만 돈은 아름다움도 지혜도 권력도 가져다 주지만 그 자체를 벌려면 오로지 승부사적인 기질이 있어야 한다. 머리가 나쁘거나 못생겨서 또는 몸이 불구라서 돈을 못 버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벌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기고 빼앗아 오겠다는 마음 말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은 이해하나 세상에 그런 시장은 없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도 기존 시장은 피해를 입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생기면서 그저 없었던 시장이 열린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죽는 것이다. 따라서 승부사적 기질이란 내가 이 포커판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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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인간이 가장 마지막에 소비를 줄이는 것이 옷이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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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적인 불경기에 사람들이 집을 줄여나가고 있다. 아마 먹는 것도 줄여나갈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것이 옷이다. 옷은 인간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귀함을 선사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귀함에 대한 가장 공평한 공유가 허락된 것이 옷이다. 의복에 대한 집착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가장 눈에 띄는 것이다. 물론 진짜 부자는 최고급 음식에 초고층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옷은 청바지를 입고 다니지만 어디까지나 상류층 이야기이다. 경제는 상류층이 대변하지만 돌리는 것은 대중이 돌리는 것이다. 상류층도 대중들의 취향을 주시하며 돈을 벌고 또 그 취향을 선도해나간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귀함에 대한 추구이니 말이다. 이미 귀함을 가진 자는 대중들의 귀함에 대한 욕구를 알지 못한다. 자기보다 더 귀한 사람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인간이 중력이 작용하는 3차원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니체의 초인도 결국 중력을 극복하는 자를 초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기서 중력이란 사회 도덕을 의미하고 결국 도덕이란 ‘귀함’의 기준이다. 천체물리학이나 고고학, 생물학 등 18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이 그토록 전세계, 심지어 우주를 찾아 헤맨 것은 사실 우리 인간이 왜 귀한지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함이었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은 인간의 ‘귀함’에 대한 자랑질인 셈이다. 그리고 그 귀한 인간 중에 가장 귀한 자들의 나라임을 뽐내는 것이다. 까르띠에 광고에 항상 루브르가 빠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까르띠에나 뤼이비통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결국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을 사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를 돈으로 살 수 있게 했으니 원가에 비해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래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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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는 그날까지 귀하고 싶어하고 그것이 힘들면 사후라도 귀해지고 싶어한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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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비단 명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널려있는 것이 이러한 ‘귀함’마케팅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야 기꺼이 돈이라도 내놓게 만드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손쉬움’을 주는 마케팅도 사실 귀함이라는 것을 실현시켜주는 것이다. 귀한 자만이 원래 손쉬움이 허락된 유일한 존재이니 말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공평하게 살면 좋겠다고 해서 만든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도 사실 모두가 평등해지길 모두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결국 시샘의 이데올로기였다. 내가 귀하게 되지 못할 바에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폴레옹이 제국만 만들지 않았어도 공산주의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정권까지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완전 평등을 원치 않으니 말이다. 성공이란 것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나의 성공을 바라게 만들면 된다. 모두가 평등해지길 원했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래서 본부장이 10명중 8명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1명의 사람이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죽는 그날까지 귀하고 싶어하고 그것이 힘들면 사후라도 귀해지고 싶어한다.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두가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이 지구상에서 흥행한 이유는 모두가 천국 또는 극락에 가지 못하며 죽은 자들 중에도 서열이 매겨져 나중에 응당 대접을 차별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누구나 도덕률을 극복하면 초인이 된다는 니체가 관심은 끌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없던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니체의 생각은 10명중 1명이 가지는 생각이다. 남의 귀함과 나의 평범함을 인정하지 못하면 영원히 돈 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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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는 균형잡힌 눈을 가져라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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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가장 안정된 사고방식의 사람을 지향한다. 안정된 사고란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것이다. 과도하게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상태 말이다. 그러한 상태로 세상을 바로 보면 ‘귀함’이 보인다. 그리고 그 눈을 가지고 승부사적 기질로 행동하는 자에게 돈이 따라 붙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없는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그래서 본부장이 늘 답답해하는 것이다. 그저 동네 전당포 주인의 눈과 철밥통, 공무원의 행동력을 가진 자들로 가득 차있는 곳이라고 누가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대한민국 금융 이대로가면 그야말로 끝이다. 핀테크고 스마트 금융이고 먼저 ‘귀함’을 보는 눈을 가진 ‘실전형’ 금융인부터 양성해야 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자. 여러분들이 알고 싶은 돈의 본질은 사실 보잘 것 없다. 대수로울게 없다는 것이다. 돈은 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피의 성분이 아니라 피가 어떻게 돌고 어디로 가는 지이다. 서점에 가서 아무 재테크 책을 펼쳐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현금의 흐름이다. 돈이 나에게로 흐르게 하는 물꼬를 트란 얘기다. 지갑안에 있는 현금은 따지고 보면 죽은 돈이다. 지갑을 나와 흐르는 돈이 살아있는 돈인 것이다. 흐른다는 것은 지향점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함’이라는 지향점을 찾아 말이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 ‘귀함’이 돈으로 거래됨은 물론이다. 이런 이치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현장의 본부장이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바로 실체적 흐름이다. 왜 돈이 들어오는 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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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누가 안정감을 잃고 있고 누가 귀함을 통해 새로운 안정감을 찾는지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 게임은 언제나 체인지 되고 있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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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말 외국계 금융사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엄청난 성장세를 이루었던 것은 사실 그동안 대형 국내 금융사가 가진 안정된 이미지가 심하게 손상되면서 그들이 가진 귀한(?) 다국적 글로벌 회사 이미지에 안정감을 입혀 마케팅을 한 것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껍데기뿐인데 말이다. 론스타 사태가 그 증거 아닌가. 사무실에 전화 한 통 갖다 놓고 여직원 한 명에 무슨 외국사의 연락소라고 사기치던 검은 머리 외국인 사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하지만 하나 배워야 할 게 있다. 시장에서 누가 안정감을 잃고 있고 누가 귀함을 통해 새로운 안정감을 찾는지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 게임은 언제나 체인지 되고 있다. 그것이 체이지 될 때마다 돈은 우리를 배신한다. 그래서 부지런해야 한다. 귀찮니스트에게 미래는 없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시대는 돈의 배신이 더 잦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따지고 보면 얼마 안 된다. 로마가 만들어질 때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류는 아름다움의 기준, 즉 귀함의 기준을 완전히 세웠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모두가 그것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뀐 것은 없다. 다만 그때 그때마다 게임의 룰만 바뀌는 것 일뿐. 여러분들이 굳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물론 본부장은 그 길을 가고 있지만 현장에서 보면 게임체인저의 삶은 그저 고달프니 말이다. 다만 무엇이 귀하고 왜 귀한지에 대해 개념을 가질 수 있는 또렷한 정신을 언제나 유지해 주길 바라는 바이다. 그것만 가지고 있어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산다.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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