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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광화문]산으로 가는 초대형IB…금융위 결단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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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투자은행) 출범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고됐던 상반기는 무산됐고 차일피일 미뤄지던 출범 시기가 11월 이후로 넘어갔다. 최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이 제외되는 등 올해 안에는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초대형IB는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은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이다. 고객 예금을 대출하는 전통적 은행이다. IB(Investment Bank) 즉 투자은행은 조달 자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주식·채권·외환은 물론 부동산·M&A(인수합병)·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IB 대표격이다.

경쟁격화로 양측의 경계선은 희미해졌다. 하지만 투자 측면에서 상업은행이 기성 기업 중심의 안정적 대출에 주력하는 반면, IB가 공격적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벤처·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처로 IB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IB는 절체절명의 기회다. 개인 투자자가 떠나 주식 중개로 먹고살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전체 이익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은 2007년 61%에서 올해 33%로 급락했다. 한계에 봉착한 증권사는 스스로 투자자가 돼 위험을 감수하는 IB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모험자본이 필요한 금융당국과 수익에 목마른 증권업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초대형IB다.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 확보하면 '발행어음'이라는 종전에 없던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금을 무한정 활용할수 있는 은행과 달리 마땅한 투자자금이 없는 증권사에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저리로 조달하도록 한 것은 획기적 조치다.

한발 더 나아가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 확보하면 종합투자계좌(IMA)가 허용된다.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수익을 지급하는데 은행이 독점해온 수신업과 유사한 업무다.

갈등이 벌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증권사에 과도한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은행권은 연일 공세다. 초대형IB에 대출·지급보증·어음할인 등 신용공여를 허용하면 은행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IB 여신공여가 8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자칫하면 (부실대출로) 외환위기 단초를 불렀던 단자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일부도 부정적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금을 보장해주는 IMA에 부동자금 수십조원이 몰릴 수 있다"며 "과거 일부 증권사가 확정금리를 보장하다 (부실화돼) 공적자금 10조원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파상공세에 금융당국도 움츠러든 모양새다. 금융위를 자문하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윤석헌 위원장까지 "초대형IB 신용공여가 업권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초대형IB 인가 심사시 증권사 대주주 적격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같이 보겠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말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등 당초 그림과 다른 초대형IB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한 한 증권사 사장은 "금융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신규 금융사를 설립하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가심사가 잠정 보류됐다.

금융위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초대형IB를 왜 도입하려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금융위가 연초에 '자본시장 개혁 3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모험자본 공급확충을 첫 과제로 제시한 것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 아닌가? 4차산업 육성이 절실한데 대출 중심의 은행, 자본력이 취약한 벤처캐피탈 만으로는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자격요건을 따지기보다는 초대형IB를 육성하려던 취지에 집중할 때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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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용 증권부장 sk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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