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이로써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공사를 중단하며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신고리 5ㆍ6호기는 건설을 재개하고, 큰 틀에서 탈원전 정책도 공약대로 추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공론화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거치며 통계수치의 오류나 논리의 비약, 감성적 선전선동, 막연한 환상 등이 걸러지면서 좀더 과학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은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과학과 진실이 공포를 이겨냈다는 분석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비전문가 집단이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짧은 기간에 정부와 국회를 초월해 국가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을 정부 스스로 해봐야 할 것이다. 건설중단에 대한 결정권을 공론화위에 떠넘기면서 ‘하청 민주주의’라는 비판도 들끓었다. 공론화위 졸속구성과 함께 ‘숙의’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33일의 기간은 충분한 자료검토와 논의에 부족했다는 지적 등에도 추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단 원전 축소ㆍ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존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선 신재생에너지 확보, 후 원전 축소’라면 반대할 이유가 하등 없다. 하지만 탈원전 세력의 불만을 달래는 데 치중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의식해 무리하게 원전을 축소하기 위해 편법과 우회로를 선택한다면 더 큰 갈등과 분란을 피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탈원전과 친원전, 가동과 폐기, 선과 악 등의 이분법적 도그마에 매몰되지 말고, 원전과 석탄화력, 신재생에너지 등을 적절히 뒤섞은 미래지향적 에너지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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