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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부패한 37년 독재자'를 세계보건기구 친선대사에 임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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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임명에 보건·인권단체들 강력 비판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권 탄압을 일삼고 부패한 초장기 독재자로 비난받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을 WHO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로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비감염성 질병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무가베 대통령을 친선대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짐바브웨가 보편적 보건의료 및 건강 증진을 정책의 중심으로 삼는 등 보건향상에 기여했고, 무가베 대통령이 같은 아프리카 지역 동료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뒤늦게 각계에 알려지면서 여러 보건의료 및 인권단체들이 "충격을 받고 심히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 비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의료전문지 스태트뉴스 등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93세의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으로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37년 동안 통치, 왕이 아닌 사람으로는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다.

그는 장기집권을 하면서 정치적 탄압과 인권 침해, 선거부정을 일삼고 부패에 빠져 나라를 망친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은 무가베와 그 가족, 측근 등의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건물 전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보건단체들은 짐바브웨가 한때는 아프리카에선 식량이 풍부하고 보건시스템도 좋은 나라였으나 무가베의 장기집권과 실정으로 인해 식량과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기본 위생과 보건환경이 열악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아프리카 최대 담배생산국이라는 점 등에 비춰 봐도 친선대사로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신임 테드로스 총장의 이번 결정이 주요 국가들의 WHO에 대한 지원금 삭감 사태를 가속할 것을 우려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그는 지난 5월 대륙별 대의원 간선제가 아닌 사상 첫 회원국 전체 직접투표에 의해 사무총장이 됐다. WHO에서 오래 일해온 그는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WHO는 그동안 예술가,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을 친선대사로 임명해왔다. 그러나 유엔과 산하 기구 친선대사들의 상당수가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평도 받는다. 유엔은 지난해 10월엔 미국 만화 주인공 '원더우먼'을 '여성 인권 신장 명예대사'로 임명했으나 '선정적 옷차림과 폭력적인 성향의 백인 여성' 캐릭터를 양성평등의 대변자로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발에 부딪혀 한 달여 만에 철회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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