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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신고리 공사 재개하되 탈원전 흔들림 없이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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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논의한 공론화위원회가 20일 ‘공사 재개’와 ‘원전 축소’라는 두 가지 권고안을 정부 측에 제출했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 471명의 토론과 숙의를 거치면서 실시한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와 원전 축소 의견이 둘 다 오차범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공론화위의 권고대로 공사 재개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밀집지역에 들어설 대용량의 원전 2기를 시민 숙의 과정에서 막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우선 남는다.

그렇지만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은 나름 명쾌한 메시지를 던졌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는 재개하되 원전은 축소해 나가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건설 재개 의견이 증가 추세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원전 축소 의견도 1차 조사 45.6%에서 4차 조사 때 53.2%로 늘었다. 반면 원전 확대 의견은 1차 14%에서 4차에 9.7%로 줄었다. 토론과 숙의를 거듭하면서 2조원 이상이라는 매몰비용과 안정적인 전력수급 등의 현실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공사 재개를 택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빌미로 탈원전 정책의 기조마저 허물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셈이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라는 시민참여단의 권고는 의미심장하다.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면 문재인 정부 재임 때 들어설 신규 원전은 5기나 된다. 발전용량은 고리 1호기의 12배 규모이다. 신고리 5·6호기가 세워진다면 부산·울산의 원전은 10기나 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시민참여단의 ‘원전 축소’ 권고대로라면 신고리 5·6호기를 짓되 그만큼의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해야 할 당위성이 제기된다. 고리 2~4호기와 내진 보강이 불가능한 월성 1~4호기가 대상이다. 시민참여단은 건설 재개의 보완조치로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 마련 등을 내걸었다. 또 74명이나 되는 시민이 ‘원전비리 척결 및 관리 투명성 강화’의 의견을 서술형 답안에 적어냈다. 공론조사를 계기로 전 시민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문제의 진단도 내려진 상황이므로 하나하나 따져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간 만큼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권고를 토대로 보다 적극적인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탈원전 선언’만 하고 시민참여단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82년 ‘원전 제로 시대’는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다. 이번 공론조사 결과를 가시적인 탈원전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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